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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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시선을 끌더니, 마지막까지 아주 심쫄하게 달려줍니다.

결말로 갈수록 주인공에 몰입하게 돼서 빙의(?) 하듯이 긴장감 있게 읽었습니다.


인형 공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1850년 런던의 빈민가 거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사이코패스 같은 남자의 음침함과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주인공 '아이리스'는 선천적 기형의 신체를 가지고 있던 반면, 그녀의 언니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병에 걸려 흉한 얼굴이 됩니다.

자매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할 무렵, 아이리스는 잘생긴 '루이'의 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배우고 싶었던 그림을 하나씩 배워 가요.

 


여기서 로맨스가 나오는데요, 가난에 허덕이며 기형의 신체로

상처를 받던 아이리스의 마음을 루이가 살살 녹여줍니다.

스릴러 맞아? 싶을 만큼  달달해요 ㅎㅎ

두 사람은 미술계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행복을 꿈꿉니다.



적어도 개 두 마리라고 사일러스는 생각했다.

다리를 들어 올린 뒤에야 목덜미가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목이 하나. 머리도 하나. 두개골은 아직 여물지 않았다.


사일러스는 숨이 막혔다. 웃음이 절로 났다. _27



그런데, '사일런스'라는 미친놈 역시 아이리스에게 반하고 맙니다.

자신과 같은 기형이 마치 운명인 양, 혼자 상상 속에 사랑하고 고백하고

룰루랄라 해요. 위험한 착각 속에 그녀를 소유하기 위한 함정을 팝니다.


로맨스와 스릴러가 교차되어 나오는 시점이 재밌었어요.

미친 남자는 지치지도 않고, 집착하면서 집요하게 지켜봅니다.

틈만나면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아이리스가 동생처럼 여기던 소년의 갈등

병으로 하루아침에 미모를 잃은 언니의 심정.

꿀 같은 남자 루이의 비밀도 등장!



아이리스는 과연 루이와 행복할까요? 아니면

죽은 사체를 수집하며 집착하는 남자에게 속박될까요?

제목이 인형 공장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ㅎㅎ


다크다크 하면서 핑크핑크한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허접하지 않은, 흥미로운 스릴러를 찾는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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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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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김훈 작가님!!

<칼의 노래>의 여운을 아직도 깊이 간직하고 있었기에 이번 신작이

판타지 장르로 나뉘는 것부터 조금 충격적이고도 신선했습니다.


읽는 내내 몽환적인 채색의 풍경 속에 말과 사람이 생과 사를 함께하고

희로애락을 강물처럼 흘려보내는 묘사에 멍하니 빠져들었습니다.

고대 전설 신화를 영상으로 본 것 같아요:)

힘 있는 필력에 감성적인 말의 생동감이 어우러지니 멋졌습니다.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야백은 네 다리로 섰다.

네 다리가 땅을 디딜 때, 야백은 그 다리에 와닿는

느낌으로 땅의 든든함을 알았다. _68


그 냄새는 사람의 냄새였으므로 사람은 맡을 수가 없고 말만 맡을 수 있었다.

냄새가 이러함으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해가 지평선으로 내려앉아서 피의 도랑 위로 노을이 내려앉을 때까지

황은 야백의 등에 올라타서 들판을 어슬렁 거렸다. _126



삶과 죽음을 자연처럼 받아들이며 사는, 먼 옛날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야만적이기도 하고 영혼이 순수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방식에 인정하지 못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싸움은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인가 봐요.ㅠ

목과 허리를 단 칼에 베이기도 하고, 부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결국 창에 찔려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중간에 화공대가 나오는데, 출발부터 퇴로가 없습니다.

그 속에서 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결기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땅 위에 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문자를 허술히 하여

입으로만 전하던 '초'나라는 후세가 <시원기>를 남기고

'단'나라는 <단사>에 적어 전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너무 사실적이라 실제인지 허구인지 헷갈렸어요 ㅎㅎ


 


등장인물은?

사람도 나오지만 역시 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ㅎㅎ


여인과 사랑을 나눈 수말, 총총

단의 군독 황을 태우고 전장을 누비던 수말, 야백

초 왕이 전투에 나아감에 함께 했던 암말, 토하

그 외 몇 마리 더 나옵니다만, 위에 세 마리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들입니다.




제갈에서 풀려날 때, 야백은 사람의 밥을 벌고, 사람이 걸어주는

장신구를 붙이고, 사람을 태우고 달린 생애의 시간이 몸속에서

소멸하는 것을 느꼈다. _146

 


... 군독은 죽었다. 으깨져서 죽었어. 돌멩이처럼 발사되었다.


야백은 말했으나 군장은 말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_147


 

결국 아등바등 인간사, 난세의 전쟁터 같지만 

무위이화라는 생각을 불러왔던 작품이었습니다.


엇. 쓰고보니 좀 어렵네요. 재독 갑니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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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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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함께한 보석의 이야기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저자의 필력이 좋아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예쁘고 화려한 비싼 보석의 이미지가

단숨에 역사와 함께 한. 수많은 세월을 거친 산증인(?)처럼 느껴집니다.



뉴욕 GIA 보석감정 학교에서 저자가 느꼈던 첫 느낌은 충격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주얼리에 대한 생각만으로 입학했던 그녀에게

다른 동기 신입생들의 소개는 엄청났거든요.



캐나다와 인도네시아의 다이아몬드 사업가 아들

인도의 유색 보석 사업가 아들

4대째 이어온 영국의 앤티크 보석상 아들

이탈리아의 대형 보석상 딸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가업으로 보석상에 관계된 일을 했다고 하니

자기소개 시간이 민망할 정도로 당황했을지 공감이 갔습니다.



맨땅의 헤딩하는 심정으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보석 시간 여행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고 해요.

보석의 변천사는 원형 그대로라기보다는 바뀌는 주인에 따라

다양하게 재연마와 리세팅을 거치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들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겠죠?ㅎㅎ


하지만 가공되기 전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심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ㅠ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비싼 저녁으로 '안토니우스'를 환대하던 장면에서

식초가 담긴 황금잔에 거대한 진주알을 녹여서 마셨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 진주를 떠올리게 하는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진주 목걸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려 각각 23캐럿이 나 하는 두 개가 달린 목걸입니다.

사진과 초상화가 함께 나와서 비교해보니 재밌더라구요.


과거의 역사 속에서 권력과 부를 자랑하기도 하고, 세월이 지나

소장용으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다양한 보석이 많이 나오는데, 실려있는 사진들이 깨끗하고 선명해서

눈 호강 제대로 했어요. 세상에 이렇게 예쁜 보석들이 있었다니!







채굴 잔혹사 같은 초창기부터 삼총사, 시녀들, 마리 앙투아네트,

오만과 편견의 시대, 잘못 알고 있었던 진정한 보석의 정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양에 많이 치중되어있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청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비취'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황금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옥.

그 옥 중에서도 경옥이라 불리는 비취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해요.

저항도가 뛰어나서 무기로도 쓰였다고 해서 놀라웠습니다.


사치의 끝을 보여주던 서태후의 사진에서 비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그녀에게는 다이아몬드가

그저 반짝이는 돌에 불과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더라구요 ㅎㅎ

(뭐든지 내가 좋은 게 최고 져 ㅋ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정말 많은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 하나 소홀함 없이 정성 가득 보석을 소개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성에 읽는 내내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단순히 보석에 대한 소개가 아닌 제목 그대로 <세계를 움직인 돌>의

멋진 모험담이라고 해도 좋을듯합니다.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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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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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기성'이 섭주로 연수를 받으러 가서 생긴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주인공의 결말에 조금 놀라면서 봤네요.


기성은 애인도 있는 잘생긴 남자입니다.

그런데 함께 연수를 받는 남자 '장준오'와 함께

우연히 놀러 갔던 노래방에서 미스터리한 도우미

여성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함께 놀아요;;



눈을 뜨니, 모텔입니다. 준오는 멀쩡한데 반해,

기성은 몸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모든 것은 까마득히

기억도 안 나고, 돌아온 후에도 혼란함만 남습니다.


바로 옆 (장준호) 방에서는 밤마다 이상한

불경소리가 나서 의문을 더 하죠.



우연히 만난 대학 동창이었던 '연진'과 그녀의

어머니는 아름다웠고, 기성은 여친을 두고도

연진에게 끌리는 강한 욕망을 느낍니다.



이후 이상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면서, 주인공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연수원에 있는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털어놓는

놀라운 비밀들은 기성을 멘붕에 빠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그는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무속인, 꿈, 욕망과 이기심, 공포의 올빼미 눈을

가진 여인, 성공을 위해서라면, 미신, 사이비...


으시시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있음에도 초반엔

평범하게 흘러가서 뭐지 뭐지? 이러면서 봤어요ㅎ

허를 찔리듯 결말로 갈수록 올빼미 눈을 가진

여자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책을 보면서, <곡성>이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영화로 나오면 끔찍할(?) 장면들이 많아서예요ㅋ


개봉박두 예정은 없으신 건가요. 작가님?ㅎ





전작 <살>, <신을 받으라>

도 가지고 있는데 얼른 읽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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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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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남자가 주인공인 '느와르풍 범죄 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군더더기 없는 문체였습니다.


스토리를 위한 사건 진행에 필요한 문장과 단어 외에는 허용하지 않아요.

간결함이 끝내줍니다. 그래서 스피드한 흐름은 덤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덤덤하게 달고 나오는 문장들!


ㅡ 작가 지망생, 웹 소설 쓰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무심한 듯, 진지한 필력 속에 풋-하고 터지는 코미디랄까요.

긴박하게 목숨을 건 격투 장면인데 왤케 웃음이 나는 건지ㅋ큐ㅠ

장면 묘사가 상상할수록 웃겨서 넘 재밌었어요.

근데 엄청 살벌합니다. 살인에 한치의 망설임 없는 청부업자들;;


그러다가 또 주인공과 살인 청부업자 2명이 만나면

생각지도 못하게 빵 터지고 ㅎㅎ

제가 상상력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뭐라 딱 집어서 말하긴 어려운데

장면을 가져오려니 스포가 될까 봐 참았습니다.




줄거리:

주인공이, 자신을 죽이려 한 남자를 찾아 복수를 하는 내용인데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힘이 결말까지 갑니다.



평범한 대기업 중간 임원이었던 주인공 '조르주 제르포'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남자를 병원에 실어주고,

뒤처리가 귀찮아서 도망을 칩니다. - 모든 사건의 발단.



검은 과거를 가진 '알론소'라는 남자도 등장하는데요,

집 안에 살인청부업자 2명 만을 데리고 사는 사람이에요.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인데, 개 한 마리만 곁에 둡니다.

- 바로 이 사람이 사고를 당한 남자와 주인공을 죽이려는 자.



휴가를 떠난 주인공을 따라 청부업자 2명도 따라가고

살벌하고도 인정사정없는 방식으로 죽이려 듭니다.


그런데 주인공인 조르주도 미스터리한 인간입니다 ㅋㅋ

분명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죠. 처음 보는 총도 잘 다루고,

몸싸움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휴가지에서 헤어진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마치 전문가 같아요.


청부업자와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고 도망치던 과정은

거의 정글탐험 같은 미개한 생활환경을 맛보게 하고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지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조르주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고

심지어 감정이 격할 때의 반응은 전문 살인자 같은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 그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겁니다. - 다 읽고 난 지금도 모르겠어요 ㅎㅎ



쳇바퀴 같은 삶에서 우연한 계기로 또 다른 삶의 맛을 각성(?) 한

주인공의 그다음이 이야기도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웨스트코스트 블루스'도 인상적이었어요:)



제 취향에 딱 맞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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