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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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파탄도 아닌 것이 희망도 아닌 것이

그저 안타까움과 어쩔 수 없는 연민 그리고 불륜이라는 얄팍한 죄의식이랄까요.

하지만 그리움이라는 허울 좋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본질을 흐려버립니다.

그들도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은 무엇일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말이죠.



19살의 두 소년이 있습니다. '토오루'와 '코우지'

그들이 사랑하는 여인들은 자신보다 20살이 많고 각자 가정이 있는 유부녀에요.

원조교제 관계는 금전이 오고 가지만, 각각의 두 커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공감을 하기엔 무리였어요.


행복 뒤 그늘에는 소년의 여자친구, 가정과 남편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떻게 되는지 나와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끝이...ㅠ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을 소개해주거나 음식점에서 공개적으로 나누는 입맞춤.

충동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잠자리나 자연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은

짜릿함이나 스릴보다는 계속해서 무언의 경고를 날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남편의 행동도 눈치를 챘나 싶었지만 의외로 무덤덤하고

태연하게 두 사람의 흔적을 대놓고 둘러대는 여인의 모습은 미묘합니다.


가질 수 없는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두 소년의 질투 어린 감성과

자식뻘에 연하의 소년을 사랑하는 여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지만요.



"하지만, 난 너의 미래를 질투하고 있어"



20년이라는 나이 차이는 그들이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두 소년의 사랑법은 다르면서도 묘하게 닮아있고, 교차되어 나오기 때문에

극명한 비교가 되기도 했는데, 토오루와 시후미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가장 궁금했어요.

토오루의 세상이 모두 시후미를 통해 이루어지는 듯한 모습에, 겉모습은 성숙해가지만 

속내면의 아직까지 어리고 덜 성숙한 사춘기 소년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말했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시후미가 읽은 책을 모두 읽고 싶어 했던 토오루를 따라 그녀의 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던 책과 즐기던 음악, 뿌리던 향수까지도 모두 소유하고 싶어지는 걸까요.



토오루는 그 어디에도 소해 있지 않은 자신을 비로소 발견했고, 그러한

ㅡ본래의 자신일 수도 있는 ㅡ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은

'시후미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다.'    _p62



오롯이 시후미만을 바라보던 토오루에게 연민을 느꼈지만,

행복하기를 응원할 수도 바랄 수도 없기에 

씁쓸한 나른함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처럼 따스한 봄날에 성장통 같은 감성 로맨스를 만나다니!


불륜이라는 정서로만 보면 호불호가 될 수도 있지만

작가 '에쿠니 가오리 컬렉션'을 즐기는 분에게는

큰 그림의 조각이 또 하나 신선하게 추가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몇 권 더 만나봐야겠습니다.

절대 가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죠?ㅎㅎ




가장 호기심을 느꼈던 제목인 '도쿄 타워'의 상징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바라보기만 할 뿐. 소유할 수는 없다는 공통적인..... 의미가?. (응. 아니야


* 15년전 이런 충격적인 소재의 소설이 출간되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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