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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평점 :
필력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김훈 작가님!!
<칼의 노래>의 여운을 아직도 깊이 간직하고 있었기에 이번 신작이
판타지 장르로 나뉘는 것부터 조금 충격적이고도 신선했습니다.
읽는 내내 몽환적인 채색의 풍경 속에 말과 사람이 생과 사를 함께하고
희로애락을 강물처럼 흘려보내는 묘사에 멍하니 빠져들었습니다.
고대 전설 신화를 영상으로 본 것 같아요:)
힘 있는 필력에 감성적인 말의 생동감이 어우러지니 멋졌습니다.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야백은 네 다리로 섰다.
네 다리가 땅을 디딜 때, 야백은 그 다리에 와닿는
느낌으로 땅의 든든함을 알았다. _68
그 냄새는 사람의 냄새였으므로 사람은 맡을 수가 없고 말만 맡을 수 있었다.
냄새가 이러함으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해가 지평선으로 내려앉아서 피의 도랑 위로 노을이 내려앉을 때까지
황은 야백의 등에 올라타서 들판을 어슬렁 거렸다. _126
삶과 죽음을 자연처럼 받아들이며 사는, 먼 옛날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야만적이기도 하고 영혼이 순수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방식에 인정하지 못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싸움은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인가 봐요.ㅠ
목과 허리를 단 칼에 베이기도 하고, 부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결국 창에 찔려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중간에 화공대가 나오는데, 출발부터 퇴로가 없습니다.
그 속에서 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결기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땅 위에 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문자를 허술히 하여
입으로만 전하던 '초'나라는 후세가 <시원기>를 남기고
'단'나라는 <단사>에 적어 전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너무 사실적이라 실제인지 허구인지 헷갈렸어요 ㅎㅎ
등장인물은?
사람도 나오지만 역시 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ㅎㅎ
여인과 사랑을 나눈 수말, 총총
단의 군독 황을 태우고 전장을 누비던 수말, 야백
초 왕이 전투에 나아감에 함께 했던 암말, 토하
그 외 몇 마리 더 나옵니다만, 위에 세 마리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들입니다.
제갈에서 풀려날 때, 야백은 사람의 밥을 벌고, 사람이 걸어주는
장신구를 붙이고, 사람을 태우고 달린 생애의 시간이 몸속에서
소멸하는 것을 느꼈다. _146
... 군독은 죽었다. 으깨져서 죽었어. 돌멩이처럼 발사되었다.
야백은 말했으나 군장은 말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_147
결국 아등바등 인간사, 난세의 전쟁터 같지만
무위이화라는 생각을 불러왔던 작품이었습니다.
엇. 쓰고보니 좀 어렵네요. 재독 갑니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