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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소감을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ㅠ
등장하는 8명, 그녀들의 이야기가
읽는 내내 답답하고 먹먹하고, 울화통 터지다가 또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힘들었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단편처럼 이어지듯 펼쳐지는 사연들이 애절하고, 아프고 슬펐습니다.
미련퉁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당장 책 속으로 들어가서
손잡고 데리고 나오고 싶었어요.
ㅡ커피 한 잔도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도 나눠 먹어야 하는
정아와 건호 커플은 가난합니다. 하지만 건호에게는 가게를 차릴 꿈이 있었고
알뜰히 아껴야 한다는 (아껴도 넘 아끼잖아 ㅠ) 생각을 정아에게 강요해요.
정아는 건호의 마음을 알면서도 몇 백원에도 눈치를 봐야하는 삶에
점점 지치고 무기력해집니다.
그리고 낯선 남자가 미팅 상대로 착각하며 다가오자 거부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남자는 정아가 먹기 힘든 음식과 가보지 못한 곳으로 이끌며
데이트를 하는데요, 그 날 밤 잠자리를 하고 임신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정아는 건호의 아이라며 큰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생활력이 아직 아기를 키울 만큼 되지 않아서
병원에서 아이와 이별을 한 그녀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삼겹살을
건호 몫까지 입에 넣을 뿐이었습니다.
ㅡ7년간 뒷바라지했던 고시생이었던 남친이 합격 후 여친을 배신하고
이별을 하고 돈 많고 어린 여성과 결혼을 합니다.
모든 것을 줬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네가 원해서 해놓고 이제 와서 뭘 바라?"
학교 선생님이었던 그녀는 학교에서 학생을 질투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낍니다.
ㅡ처음이라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랑했던 그녀는 스스로의 환상에
빠져 상대가 유부남이라는 현실적 상황들을 보지 못합니다. 결국 사실을
알 게 되고 폭식으로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권투를 배웁니다.
예쁜 그녀에게 빠진 순진한 연하남의 마음을 거부하는데...
그 외에도 중년 바바리맨에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갔던 그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던 진실을 마주하는 그녀.
여자의 능력을 우선시하며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와 헤어진 후
잠든 이웃집 남자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자아를 느끼는 그녀.
신분의 뛰어넘는 사랑을 원했던 그녀가 나옵니다.
남친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알뜰히 돈을 모으며 살았지만
어느 날 괴한의 칼에 찔려 죽은 여성의 내용은 소제목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억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
경악 속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빨랐지만, 감정의 동요가 심해서
리뷰를 쓰려니 정말 어렵네요 ㅠ 먹먹함이 가시질 않아요.
스포가 될까 봐 첫 번째 이야기 외에는 단순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그녀들이 했던 생각과 감정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그냥 직접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짧지만 강렬했던,
그녀들이 남긴 충격과 여운이 가시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