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Medusa Collection 3
아이라 레빈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소문과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충격적인 데뷰작이었다는 "죽음의 키스"의 아이라 레빈의 장편소설입니다.

추리라기 보다는 첩보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깝게 국제적인 음모가 펼쳐지는 책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2차 대전의 히틀러 최 측근 인물 중 하나인 "멩겔레 박사"가 악역으로 등장하여 유대인이자 나치 잔당을 척결하는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리베르만"과의 한판 승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여러 국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65세 가량의 공무원 및 비슷한 직업의 노인들을 살해한다는 음모가 일견 황당하지만 멩겔레 박사의 치밀한 십수년에 걸친 치밀한 작전이라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있고 스릴넘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본 발상이 상당히 기발한 편입니다. 아마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기발한 발상이며 충격을 가져다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설정이 비슷한 스릴러 물이었던 "모레"를 먼저 읽은 저에게는 그다지 충격이 크지는 않았지만요.

하지만 무려 30여년 전의 소설이기 때문인지 "클로닝"이라는 유전학적 기법에 대해 너무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드네요. 물론 멩겔레 박사가 "쌍동이"라는 테마에 집착한 악마의 연구를 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 정도 가지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 처럼 완성도 높은 복제를 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보여지거든요. 뭐 소설이 현실에 크게 기반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리베르만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 전부 우연에 기대고 있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우연히" 누군가의 전화로 음모를 알게되고 "우연히" 피해자의 가족을 접하게 되어서 진상을 알게되는 과정은 별로 매끄럽지 않고 너무 쉽게쉽게 갔다는 느낌이거든요. 보다 치밀한 설정이 조금은 아쉽네요. 막판의 멩겔레와 리베르만의 대결도 조금 밋밋해 보인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죠. 고수들의 대결 치고는 너무 시시했거든요. 둘의 대결에는 자비에르와 매그니토의 대결과도 같은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무엇보다 마지막의 "제 4제국"이 다가오는 듯한 엔딩은 석연치 않군요. "오멘"류의 엔딩을 집어 넣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임팩트도, 힘도 없는 결말이었습니다.

재미있기는 했지만 비스무레한 설정의 후기작들을 먼저 접하고 읽은 탓에 저에게는 평작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죽음의 키스"나 "로즈메리의 아기"도 그랬고 이 작가는 항상 저에게 기대만큼의 재미는 가져다 주지 못하네요.

어마어마한 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영화 나 나중에 한번 봐야겠습니다.(링크를 따라가면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으니 조심을...) 쟝르 특성상 내용을 알고 보면 좀 재미가 떨어질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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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걸작 중 하나인 빌.S.밸린저의 작품으로 이번에 다시 재간되어 읽게된 작품입니다. 제가 읽어보고 싶다고 예전 "사라진 시간"을 읽고 포스팅 한지도 2년 8개월이 지나서 나와 인연이 없는 작품이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다 읽고나니 정말이지 감개무량하네요.

이 작품은 크게 두가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전개됩니다. 한개의 이야기는마술사 루가 우연히 도와준 탤리라는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그녀가 살해당한 뒤 복수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의 디테일을, 또 다른 한개의 이야기는 뉴욕 지방 형사법원에서 자신의 고용인 아이샴 레딕을 살해한 뒤 보일러를 통해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험프리스라는 인물의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두개의 이야기가 서로 포개지며 결말로 치달을 것이라는 것은 솔직히 너무나 뻔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중요 포인트이기도 한 결말이 저에게는 너무 속이 들여다 보였달까요? 아무래도 1955년 작, 즉 반세기 전의 작품이기에 발표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낡은 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출판사 북스피어가 원서 초판 당시의 봉인 (결말부를 봉인한 뒤 개봉하지 않고 반환하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이벤트) 까지 재현해가며 반전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좀 지나친 설레발이었던 것 같아요.

아, 물론 저는 봉인을 열고 읽었고 그만한 가치와 재미는 있었습니다. 지금 읽기에 좀 낡아보인다고 해서 이 작품의 가치가 뒤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죠. 복수극이야 추리물에서는 발에 채일만큼 많고 진부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은 복수담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주인공의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재미가 아주 잘 살아있습니다. 이런 류의 복수담에는 정교한 플롯이 재미의 가장 큰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그야말로 "완전범죄"와 "복수" 라는 두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는 주인공의 기민한 행동은 지금 읽어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물론 재판과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신경전, 증언과 단서에 의해 드러나는 진상 같은 법정 드라마로의 재미 요소 역시 쏠쏠하고요. 봉인 문제는 단지 좀 귀찮았을 뿐이죠. 칼이 없으면 뜯기도 힘들고...

주인공이 악당(?)을 생각보다 쉽게 찾는다는 것과 몇가지 요소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등 약간 애매한 부분도 있지만 재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지금 읽기에 반전은 낡아보이지만 역시나 재미 하나는 명불허전인 작품으로 잡자마자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로 푹 빠져 읽었습니다.

왠지 다 읽고 나니 작품이 "상복의 랑데뷰"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것도 조금 신기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복수극이라는 것 이외에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는데, 두 작품 다 주인공의 기본 감정 최 하단에 "사랑" 이라는 것을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기회에 "상복의 랑데뷰"나 다시 꺼내어 읽어봐야 겠네요.

아, 마지막으로 역자의 해설을 통해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제목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고, 읽어나가면서 제목이 너무 직접적인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깊은(?) 의미가 있더군요^^ "맹렬하게, 필사적으로"라는 구어 표현을 가지고 단서와 연관시킨 멋진 센스의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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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9-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성님,이글루스에 있는 글들은 종종 읽고 있읍니다.이제 알라딘에도 진출하셨네요.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이와 손톱 정말 재미있는 책이지요.저는 이전 자유추리문고본으로 봤는데 정말 흥미 진진했읍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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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7가지의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에도시대의 혼조 후카가와를 무대로 한 단편 연작 미스터리 물(?)로, 탐정겸 형사로 오캇피키 모시치가 전편에 등장하고 있고 장소와 시간대가 동일하기에 연작 미스터리라고 칭한 듯 합니다.

7개의 이야기는 외잎 갈대, 배웅하는 등롱, 두고 가 해자,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축제 음악, 발 씻는 저택, 꺼지지 않는 사방등 인데 뻔한 괴담들이긴 하지만 작품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참 재미있게 꾸며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 원래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원래 있던 이야기와 연관되도록 이야기를 또 꾸미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참 대단한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모든 작품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미스터리라고 정의하기에는 시대물 +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함정수사나 잠복에 의존하고 있고 추리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미야베 여사의 필력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나 추리팬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난감한 책이긴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워낙 좋은 작품이라 별 4개 줍니다. 아울러 개인적인 베스트는 "두고 가 해자" 였습니다. 모두 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단편들이지만 추리적 요소가 가장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자세한 단편별 소개는 제 블로그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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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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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다나베 서점의 사장인 이와씨와 이와씨의 손자인 미노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단편집입니다. 예전 "판타스틱" 창간호를 통해 이미 접해본 작품이기도 하죠.

이 단편집의 가장 특이한 점은 중간의 딱 한편을 제외한 나머지 5편이 "책"을 주요 소재로 하여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편은 실제 존재하는 책, 나머지 3편은 작가의 창작물로 보이는데 헌책방이라는 무대 설정과 잘 어울리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욕과는 관계없이 두번째 작품 "말없이 죽다"를 제외하고는 이 멋진 설정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과히 인상적이지 못했고요. 물론 이와씨와 미노루 및 매 편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헌책방을 중심으로 한 여러 설정들은 충분한 읽을거리로서 기능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평작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사실 평작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 욕을 먹을 수준은 절대 아니긴 합니다. 이 단편집도 실려있는 모든 작품들이 단편으로서는 일반적인 수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라는 것이 좀 큽니다. 여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만 눈에 많이 뜨이거든요. 이게 바로 거장의 불행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추천할 요소가 없는 평범한 단편집입니다. 재미도 뭐 그냥저냥한 수준이고 추리적으로도 높이 사줄 수 있는 요소가 없습니다. 책 덕분에 벨린저의 대표작인 "이와 손톱"이 국내 정식 재출간되는 길이 열렸다는 의의 이외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착각해서 구입한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기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듭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 요소와 재미, 완성도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유일한 작품 "말없이 죽다"를 꼽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고 크게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딱 한편 때문에 취향도 아닌 다른 작품들을 사 본 격이니 전체 책의 별점도 2개밖에 못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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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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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의 시작이자 거두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 소설입니다. 원제는 "눈의 벽"입니다. 번역 제목은 너무 난데없어서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나름 대표작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정통 사회파 추리물에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이쵸 같이 다작 작가는 초기작이 후기작보다 훨씬 뛰어난데 이 작품의 경우는 실질적인 장편 데뷰작이기도 하기에 기대를 가질만 했죠.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사회파 작품들과는 다르게 경찰 (또는 경찰 출신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고 일반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가장 특이합니다. 그러나 특이하긴 한데 덕분에 "수사"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사회파 작품들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수사" 부분에서의 정교함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쓰오가 초반부터 단 한번의 미행으로 사건의 배후 인물을 눈치챈다는 설정이나 여러가지 단서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이야기 전개는 솔직히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쓰오의 시점에서 프로와 아마츄어를 언급하며 일반인의 한계를 자주 묘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도 상당히 답답해 하며 작품을 써 나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역시 거장의 작품 다운 느낌도 전해줍니다. 이 작품의 주요 트릭이라고 한다면 일종의 시체 조작 트릭, 그리고몇가지 사소한 단서에서 도출하는 진정한 범인의 정체인데 이 부분은 공들여서 잘 만든 트릭으로 복선도 확실하고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뭐 거의 반세기 이전의 작품이기에 법의학적인 면으로 본다면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시대를 감안해야겠죠.

아울러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 역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복선도 정교하게 깔아놓아서 합리적이면서도 상당한 놀라움을 가져다 주거든요. 도쿄역에서 시작하여 나가노현의 촌까지 확장되는 방대한 작중 무대를 역시나 사회파 다운 꼼꼼한 자료조사를 통해 상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치밀하고 좋았고요. 이 방대한 무대 덕분에 기차 시간표와 지명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작가의 전작인 "점과 선" 같은 기차 시간표 알리바이 트릭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저는 제대로 한대 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기대에 값하는 아주 흡족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분량이 꽤 되는 장편이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을 별로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작가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점 과 선"과 "제로의 촛점"이나 "모래 그릇" 과 같은 초기작 보다는 약간 처지고, "나비성" 이나 "적색등" 과 같은 후기작보다는 나은 중간정도의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물론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여 짜여져 있는 만큼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평작이긴 한데 몰입시키는 맛은 뛰어났달까요? 뭐 이런 것이 거장의 실력이겠죠.

저의 별점으로는 3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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