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다나베 서점의 사장인 이와씨와 이와씨의 손자인 미노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단편집입니다. 예전 "판타스틱" 창간호를 통해 이미 접해본 작품이기도 하죠. 이 단편집의 가장 특이한 점은 중간의 딱 한편을 제외한 나머지 5편이 "책"을 주요 소재로 하여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편은 실제 존재하는 책, 나머지 3편은 작가의 창작물로 보이는데 헌책방이라는 무대 설정과 잘 어울리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욕과는 관계없이 두번째 작품 "말없이 죽다"를 제외하고는 이 멋진 설정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과히 인상적이지 못했고요. 물론 이와씨와 미노루 및 매 편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헌책방을 중심으로 한 여러 설정들은 충분한 읽을거리로서 기능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평작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사실 평작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 욕을 먹을 수준은 절대 아니긴 합니다. 이 단편집도 실려있는 모든 작품들이 단편으로서는 일반적인 수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라는 것이 좀 큽니다. 여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만 눈에 많이 뜨이거든요. 이게 바로 거장의 불행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추천할 요소가 없는 평범한 단편집입니다. 재미도 뭐 그냥저냥한 수준이고 추리적으로도 높이 사줄 수 있는 요소가 없습니다. 책 덕분에 벨린저의 대표작인 "이와 손톱"이 국내 정식 재출간되는 길이 열렸다는 의의 이외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착각해서 구입한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기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듭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 요소와 재미, 완성도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유일한 작품 "말없이 죽다"를 꼽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고 크게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딱 한편 때문에 취향도 아닌 다른 작품들을 사 본 격이니 전체 책의 별점도 2개밖에 못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