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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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의 시작이자 거두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 소설입니다. 원제는 "눈의 벽"입니다. 번역 제목은 너무 난데없어서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나름 대표작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정통 사회파 추리물에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이쵸 같이 다작 작가는 초기작이 후기작보다 훨씬 뛰어난데 이 작품의 경우는 실질적인 장편 데뷰작이기도 하기에 기대를 가질만 했죠.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사회파 작품들과는 다르게 경찰 (또는 경찰 출신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고 일반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가장 특이합니다. 그러나 특이하긴 한데 덕분에 "수사"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사회파 작품들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수사" 부분에서의 정교함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쓰오가 초반부터 단 한번의 미행으로 사건의 배후 인물을 눈치챈다는 설정이나 여러가지 단서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이야기 전개는 솔직히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쓰오의 시점에서 프로와 아마츄어를 언급하며 일반인의 한계를 자주 묘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도 상당히 답답해 하며 작품을 써 나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역시 거장의 작품 다운 느낌도 전해줍니다. 이 작품의 주요 트릭이라고 한다면 일종의 시체 조작 트릭, 그리고몇가지 사소한 단서에서 도출하는 진정한 범인의 정체인데 이 부분은 공들여서 잘 만든 트릭으로 복선도 확실하고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뭐 거의 반세기 이전의 작품이기에 법의학적인 면으로 본다면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시대를 감안해야겠죠.

아울러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 역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복선도 정교하게 깔아놓아서 합리적이면서도 상당한 놀라움을 가져다 주거든요. 도쿄역에서 시작하여 나가노현의 촌까지 확장되는 방대한 작중 무대를 역시나 사회파 다운 꼼꼼한 자료조사를 통해 상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치밀하고 좋았고요. 이 방대한 무대 덕분에 기차 시간표와 지명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작가의 전작인 "점과 선" 같은 기차 시간표 알리바이 트릭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저는 제대로 한대 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기대에 값하는 아주 흡족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분량이 꽤 되는 장편이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을 별로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작가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점 과 선"과 "제로의 촛점"이나 "모래 그릇" 과 같은 초기작 보다는 약간 처지고, "나비성" 이나 "적색등" 과 같은 후기작보다는 나은 중간정도의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물론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여 짜여져 있는 만큼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평작이긴 한데 몰입시키는 맛은 뛰어났달까요? 뭐 이런 것이 거장의 실력이겠죠.

저의 별점으로는 3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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