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태안 신두리 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그저께 마음 맞는 동료와 얘기하면서 같이 관악구 자원봉사센터에 토요일 자원봉사 신청을 했습니다. 금요일 회사 웍샵에 참석하고 토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이라 체력이 버티어줄까 조금 걱정도 했지만 워낙 타고난 기초체력인지라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는 기름 덩어리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10cm를 넘게 파도 기름 덩어리가 나오고 더 나왔습니다. 3중 마스크 속을 파고드는 기름냄새에 잠시 숨을 참아봅니다. 오염된 모래만을 골라내려고 고무장갑 낀 손으로 모래바닥을 긁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기에 같이 간 동료와 얘기도 몇 마디 나누지 않고 묵묵히 땅을 파서 모래를 포대에 담습니다. 아이구 아이구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한숨 애써 참아봅니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 한 그룻 뚝딱 비웠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좀더 분주하게 몸을 움직입니다. 밀물때를 준비해서 흡착포를 깔고 흙으로 덮어 고정시켜둡니다.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을 흡착포로 빨아들이고, 모래에 끼어있는 기름을 꾹꾹 눌러봅니다. 곧 밀물때가 됩니다. 그러면 흡착포는 기름을 삼키고 해변으로 떠밀려오겠지요. 부디 많이많이 삼키기를. 내일이면 이 밀물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또 시커멓게 기름덩어리가 덮히겠지요. 하지만 기름 덩어리가 하나없는 뽀얀 백사장을 만들 수 있으리란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힘을 모은다면 기적이 아니라 현실로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현장에서 그 믿음을 함께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덧, 직접 가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제가 아는 내용은 내일 정리해서 올리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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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no16 2007-12-1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블로그에서 보고 들리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도 다음주에 태안으로 떠날 예정이거든요.
일박 혹은 이박 쯤 하려고 하는데 숙식이 걱정되서요.
지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으로 가 있다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 숙식을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늦게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팁이랄까
그런게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 ^

Hani 2007-12-16 01: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궂은 일로지만 반갑습니다.
저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신청해서 당일로 다녀와서 식사와 교통편은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으로 출발하시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카페나 단체 정보와 필요한 준비사항은 정리해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을 보태주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Mephistopheles 2007-12-16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고생도 많으시고 수고도 많으신 하루셨겠어요.^^

Hani 2007-12-16 14:25   좋아요 0 | URL
메피님 반갑습니다.
그래도 센터에서 준비를 잘해주셔서 다른 분들보다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자주 뵙도록 해요^^

푸하 2007-12-16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희망을 풀무질 하는 일을 하신듯...^^

Hani 2007-12-16 14:29   좋아요 0 | URL
희망을 풀무질하다.. 헤헷. 멋진 표현인대요.
늦게 조금전에 일어났는데, 오늘도 고생하실 분들이 떠오릅니다.
이제 옷장 정리하면서 헌옷을 찾아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7-12-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다녀오셨군요.
전 마음만 보내고 몸은 가볼 엄두가 나지않는 하루하루네요.
내일은 면이불이랑 옷가지 더 보내려구요.

Hani 2007-12-16 23:26   좋아요 0 | URL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할 수 있음이 감사한 날들입니다. 저도 혜경님과 그 마음 함께 나눕니다.

라로 2007-12-1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정말 대단하세요,,,파란여우님 페이퍼 올려논게 넘 뿌듯한거 아세요!!ㅎㅎ
님같은 분이 계시니 희망이 구체적으로 느껴지네요!!!
전 아이가 아파서 다음기회를 생각해 봐야 할텐데,,괜히 미안해져요.
묵묵히 고생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고마와요 하니님.

Hani 2007-12-17 08:46   좋아요 0 | URL
당장 못 가신다고 너무 마음쓰시지 마세요.
단기간의 관심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거 같아요.
마음을 보태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파란토마토 2007-12-2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일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Hani 2007-12-26 00:47   좋아요 0 | URL
지난 주말과 크리스마스에도 자원봉사 가신 분들 보면서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또 언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놓지 않을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