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블로그를 시작한지 꽤 되었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여러 군데를 떠돌았다. 게으른 탓에 블로그를 잘 관리하지 못했고, 온라인으로 친분을 맺었던 분들과도 오래 소통하지 못했다. 온라인 책주문만을 위해 알라딘을 이용했는데, 알라딘 서재를 알게 되고 이 곳에 새둥지를 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가까이 있는 이 공간이 좋았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이 공간을 나의 향기가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리고 생각과 느낌이 통하는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어야지 생각은 드는데, 모르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기가 여전히 내겐 어렵다. 첫 술에 배부르랴. 한 걸음씩 천천히^^

한참 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썼던 글인데, 오늘 생각난 김에 옮겨본다.

사람이 살다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다. 낯선 동네에서 길을 물어보기 위해 바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에게 말을 먼저 걸어야하고, 업무상 얼굴 한 번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위해 전화를 먼저 걸기도 해야한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어쩌면 불손할지 모르는 말걸기를 시도한다. 그 말을 받는 상대방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라는 간판을 달고 다니는 것은 아니니 반가움보다는 귀찮음 때문에 자기 보호적, 방어적이 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잘 보이고 싶은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손을 번쩍번쩍 들어 질문을 한다던지,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전해본다던지,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그 앞에서 우연인듯 흥얼거려 본다던지, 뭐 그런거 말이다. 상대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목적은 내가 호감을 가진 사람에게 나의 존재감을 심어주고 친해지기 위함이다. 하지만 거절 혹은 외부 방해 세력들로 인해 일이 성사가 안 되는 때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 이 가슴 아픈 사연은 잘 모른단 말이지.

블로그를 하면서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을때가 있다.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가진 공감하는 글을 만났을 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만났을 때, 내 생각을 바꿔놓을만큼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글을 만났을 때, 알차고 좋은 정보들로 가득찬 글을 만났을 때 나는 그 글의 주인장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다. 글 하나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이 없지만 차곡차곡 쌓인 그 글들에서 나는 그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내가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은 바로 내가 찾는 좋은 향기가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말을 걸고 싶은 블로거의 다른 많은 글들을 틈틈이 읽어보고, 그 분들의 포스팅을 한참 기다린다. 오프라인에서는 그것이 남의 집 엿보기가 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서로에게 허용된 약속이기에 괜찮은 것이다. 만약 그것이 허용하고 싶지 않다면 비공개로 포스팅을 하면 되고, 자신의 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듣고 싶지 않다면 덧글과 트랙백 허용을 금지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아닌 공개된 블로그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서로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킨다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접어두어도 된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말걸기는 내게 어려운 일이다. 서로 얼굴도 모른채 덧글로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고 낯설 뿐더러 덧글 한 줄로 내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데 서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내 생각이 잘못 전달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란 공간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동시에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물론 자신의 블로그를 오픈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익명의 블로거에게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 블로그에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포스팅이고, 그 포스팅의 압박은 내가 말을 걸고 싶은 많은 블로그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쓰고 싶은 글들을 머리 속에서만 끄적이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 하나의 완성된 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욕구불만 때문이다.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조촐한 밥상이라도 차려놓고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던가. 결국 내가 게으르다는 얘기다. 

며칠 전부터 <내가 이웃 블로거들에게 말걸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어설프게나마 나름대로 결론을 내고나니 블로그에서 타인에게 말걸기가 조금은 쉬워질 것 같다. 포스팅의 압박이 아니라 포스팅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낯선 이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먼저 건네는 즐거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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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12-05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고가는 댓글에 쌓이는 정'이라며 어떤분이 댓글 달아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셨어요.
저도 늘 제게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맙게 여겼는데,,,우린 말을 걸어주면 행복해지나봐요.
님께 처음 말겁니다.^^

Hani 2007-12-05 22:40   좋아요 0 | URL
이렇게 먼저 말걸어주셔서 감사해요^^ 소소한 작은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있어 저또한 행복하답니다.

웽스북스 2007-12-0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
전 하니님 블로그와 하니님들이 쓰는 글들 좋아하는걸요

Hani 2007-12-05 22:42   좋아요 0 | URL
지금 야식으로 사과 1개와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고 있어요 ㅋㅋ
이 소소한 작은 공간과 그들은 좋아해주셔서 몸둘바를^^

웽스북스 2007-12-05 22:46   좋아요 0 | URL
뭐, 그저 앞으로 하니님의 향기를 더 많이 맡을 수 있길 바랄 뿐이죠- ㅎㅎ
(앗 댓글이 달린지 얼마 안됐군요 ㅋㅋ) 이건 거의 실시간 수준? ㅋㅋ
아이스크림 맛있겠다 흐흐흐흣

Hani 2007-12-05 22:53   좋아요 0 | URL
웬디님의 격려에 왠지 모를 힘이 불끈불끈나요 ㅎㅎ
근데 제자신도 아직 저의 향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 어쩌죠?
(방이 따뜻해지기 전에 아이스크림 먹었더니 몸이 덜덜 떨려요^^)

프레이야 2007-12-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실명이에요 (불쑥^^) 반가워요, 하니님..
벌써 낯익은 분들이 많이 다녀가셨네요. 히힛

Hani 2007-12-10 22:24   좋아요 0 | URL
아까 인사드릴때 깜박했는데, 몇 주전 <시사IN>에서 혜경님 서재 알게 되었어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