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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선물받은 책이지만 그동안 읽을 겨를이 없었다....면 거짓말일테고 읽기를 등한시 하던터라 읽지 않고 두던 책이었다. 요 몇일 전, 나의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소설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사실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케 한 책이다. 얇은 책이다. 그러나 감히 누가 가벼운 책이라 하겠는가? 삶의 지혜와 자연을 바라보는 눈, 숭고한 정신이 담겨있기에 묵직한 책이다.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반해서 살아가려 하는지.... 자연과 합일하여 살아가기 보다는 자연을 짓누르며 살려 하는지 전우익은 그런 인간들의 삶에 일침을 가한다.
또한 그가 농작물과 식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삶을 식물의 생태에 비하여 이야기하곤 하는데.... 맞는 말이구나! 맞는 이치로다~ 깨닫는 순간도 많았다. 또한 고집쟁이라는 수식어답게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억지라는 것 또한 받는 이와 주는 이의 견해 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크게 그의 글의 3군데에서 저자와 생각이 달랐다. 첫째,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겠다. 둘째, 사진사가 요구하는 포즈대로 사진을 찍는 것은 꼭두각시다. 셋째, 사람들이 같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것은 개성없는 것이다. 나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동의하거나 다소 차이가 있다.
첫째, 과연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은 잘하는 것인가? 의료보험료 또한 어찌보면 세금과 같은 것인데 이 나라에 기거하는 시민이 그것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과연 옳을까? 물론 의료보험제도가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닐것이며 그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그와 같다. 심지어는 심신이 건강해서 병의원을 드나들지 않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건강하기 때문에 내는 '건강세' 라고도 한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의료보험제도가 필요치 아니하다면 그것을 폐지하거나 또는 선택수혜를 받게 하는 등의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현사회에서 약속처럼 이행되고 있는 것을 본인에게 불필요하다해서 무작정 따르지 않겠다 하는 것은 교복을 입는 학교에서 혼자서 사복을 입겠다는 문제아와 무어가 다르단 말인가?
둘째, 사진사가 요구하는 대로 포즈를 취하는 것이 꼭두각시인가?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들 일괄적으로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그에 딱맞게 움직이는 획일화된 사고는 벗어야 한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의 그런 그럴사한 생각을 믿어주게끔 하기에는 예화가 너무나도 억지스럽다. 결혼식 후 친지사진을 찍을 때 사진사는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다. 그러나 그 사진사가 지시하는대로 하는 것을 어찌 꼭두각시라는 입장에서만 볼 수 있단 말인가? 인정해야 할 것은 사진사는 찍히는 사람보다 전문가라는 것이다. (대개 그렇다) 모두의 얼굴이 환히 나오고 더 보기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충고일 수 있는 것이다. 나보다 식견이 넓고 앎이 깊은 사람의 뜻을 따른다고 해서 이를 싸잡아 '꼭두각시' 라 칭하는 것은 억지다.
셋째, 같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것은 개성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두번째와 비슷한 맥락이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모두가 자신만의 패션코드를 가지고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어야 하는가? 이것은 더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못한 일이다. 내가 지은 옷을 입은 자만이 독특함과 참신함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할 일은 아니다.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머리색을 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다. 어찌 문화속에 젖어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줏대없고 개성없는 사람이다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위의 세 가지 생각이 '표현하건대 그렇다'는 것이겠지만 분명코 잘못된 예화이며 설득력없는 억지주장이다. 나의 이 글 또한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 '너야 말로 억지구나!' 할 지도 모른다.
의견차가 있었던 세 가지에 대해 기술함에 있어 이 책과 저자의 생각을 두 손들어 '아니올시다'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삶의 깊이와 참 의미에 대해 고뇌하고 자연을 알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매, 정신이 옳곧은 자주성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모하는 그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다. 그냥 지나치는 풀 한 포기에도 의미가 있음을 알려주는 아주 의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