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저어언혀 리뷰를 못(안) 쓰고 있다.
물론 내 리뷰라는 것이 작품과는 대체로 상관 없는 몇 줄짜리 단상의 끄적임이었지만,
재작년 연말부터 알라딘 서재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쨌든 읽은 것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하여 작년 마지막 읽은 작품(신정때 고향집에 내려가며 제주항공 비행기에서 읽은
<소년, 세상을 만나다>) 이후로 하나도 못(안) 쓰고 있다.
최초의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음.
뭔가 쓴다는 것에 질린 지는 어언 몇 년이 된 주제에,
블로그는 접고, 열고, 닫고, 새로 열면서 가당찮게 글을 끄적이는 행위를
여전히 못 버리고 있지만, 역시 귀찮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핑계.
업계에 종사하는 인간으로서 리뷰를 쓴다는 행위가 그리 공평하지 못한(언페어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개입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절감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내가 읽는 책들은, 95% 이상 내 돈을 주고 읽고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어떠한 '연'을 맺거나, 한 다리 건너 '사정'을 아는 책들을 읽게 될 때가 있다.
물론 나따위가 매기는 별점과 리뷰에 어떤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그 텍스트에 대해 뭐라 발언을 하는데 있어
그 '연'과 '사정'은 꽤나 '신경'이 쓰이고, 실제로 '신경'이 작용한다.
하여 그리 정직하지 못한 별점과 리뷰가 나오게 된다.
게다가 내가 남이 만든 텍스트를 두고 뭐라 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
나의 깜냥과 별개로, 어쨌든 현역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고,
내가 읽고 있는 텍스트들이 당장에 내가 만들고 있는 그 책들과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만들 그 책들이 다시 평가의 장에 서야 하는 입장에서
성격 그대로 주절거리기에, 나라는 인간은 꽤나 소심하다(A형, 처녀자리-_-).
그래서 결론.
더이상 알라딘 서재에서 그 해당 책에 대한 리뷰는 안(못) 쓴다.
다만, 그 책과 링크 시키지 않고, 한두 줄로 끄적이는 걸 페이퍼에만 조만간 개시하련다.
(라고 한들 그전의 리뷰랑 별 차이는 없겠지만.)
그냥, 읽었다는 차원에서만.

*그럼에도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서재를 열어 멋대로 투덜거리는 리뷰가 써볼까 하는
음흉한 상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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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A형 처녀자리,
저도 한 소심합니다 A형 게자리 :)
전 누가 선물해주신 책을 리뷰 쓸 때가 곤란하더군요. 저하고 취향이 맞지 않거나
도무지 재미가 없는데 선물해주신 분의 성의라는게 있잖아요.
그럴 때 정직하지 못한 리뷰가 나오게 되더군요 ^^
그래서 리뷰를 건너뛸 때도 많습니다만.

jedai2000 2007-04-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지런히 능력을 갈고 닦아 30년 후에 주례가 되겠습니다 ㅋㅋ

한솔로 2007-04-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사실 A형 처녀자리가 어떤 성향을 띠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소심함을 핑계삼을 때 딱 A형 처녀자리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시더라고요ㅎㅎ
jedai2000/먼저 작가가 되셔야죠ㅋ 언능 쓰셔요. 블로그 새로 만들어서 말씀드릴께요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1922년 11월 11일 지구를 방문하였다가 2007년 4월 12일 외계로 돌아가다.

외계의 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드레스덴 폭격의 참관을 목격하여

지구인에 미련을 버리다. 이후 지구의 미련함에 대해 신랄하게 기술하였다.

SF문학으로 자신의 작품이 귀속됨을 거부했던 그의 작품들은, 사후 아마 외계문학으로 재분류될 것이다.

삼가 명복을.




*그림출처 writersmugs.com

 

*그러고 보면 나는 커트 보네거트 책을 보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행운이 있었다.
<제일 버드>, <내 영혼의 밤>, <갈라파고스>가 절판되기 전에 귀한 줄 모르고 구해봤었고
<죽음과 추는 억지춤 또는 어린아이들의 십자군 전쟁>은 누가 선물해줬다.
그리고 이제 귀한가 싶더니 몇 권이 더 나와줬다.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 할 <타임퀘이크> 빼고는 국내에 나온 건 어지간히 다 본 셈.
어느 때인가 커트 보네거트를 다시 읽을 때고, 어느 때인가 다른 작품도 나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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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7-04-1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과 추는 억지춤 또는 어린아이들의 십자군 전쟁>은 대학교 때 현대영문학 시간에 수업을 들어서 읽어봤는데, 묘하고 혼란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프더라구요. 아주 좋아하는 작풍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작가였어요.

한솔로 2007-04-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네거트는 뭘로 낚이느냐에 따라 이후에 계속 읽게 되느냐 마느냐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다행히 잘 낚였습니다만ㅎ

물만두 2007-04-1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복을 빕니다. 저는 낚이는데 실패했습니다.

한솔로 2007-04-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전방위적 독서생활이면 나중에 몇 번의 낚시질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ㅎ
 

예술이란 게 어떤 신성함을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예술을 창조한다는 행위는 순전한 노동의 범주에서 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예술작품이 어떤 대단한 변화를 이루어낸다거나
세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예술이란 그저 일상을 켜켜이 채워가는 하나의 조각일 따름.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 소설이 무엇을 선전선동하기 위해 씌어졌든,
또는 그저 지적 마스터베이션으로 방출됐든,
또는 원숭이 100만 마리가 100만 년간 타자기를 두드린 것이든 간에
그것은 기껏 소설 또는 그것과 비슷한 무엇일 따름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가 존재를 하고, 그 행위가 점유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끝이다. 다 읽었으면 이제 선전선동을 하든, 마스터베이션을 하든,
원숭이와 함께 타자기라도 두드리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그렇다, 그건 '당신'의 자유다.
나는 대체로 다음 소설을 읽을 자유를 택하고자 한다.

어제는 라커스에서 맥주를 비워가며 한 권의 소설을 읽었다. 꽤 마음에 들었다.
내 안의 어딘가와 묵직하게 반응을 하여 진동했다. 기분이 썩 좋기도 하고 썩 괴롭기도 했다.
걸어 집에 들어가며 그 진동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소설'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집앞에 도달하여 깨달았다. 열쇠를 회사에 두고 왔음을.
집앞까지 왔다가 열쇠를 찾으러 회사로 돌아가게 되는 것에 비견하여
예술, 소설이 그보다 대단한 무엇이라고는 역시 생각하지 않는다고 결론 짓고
씩씩거리며 집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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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각할 자유"와
맘에 든 소설이면 그런 소설을 쓰려는 "노력의 자유"를 택하겠습니다. :)

한솔로 2007-04-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택인데요ㅎ 저는 그저 읽기에 족합니다.

oldhand 2007-04-1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 뿐 아니라 세상에 무어 그리 신성시 할만한 것이 있을랑가요.

한솔로 2007-04-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세속적 가치들이 숭앙받을 이유는 없지만 또 폄하될 까닭도 없지요
 

2007년 들어 현재까지 읽은 책들.

과연 리뷰로 남기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까먹기 전에 올려두자.

 

순결한 할리우드
빛의 제국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여섯 번째 사요코
자정 5분 전
흑과 다의 환상 상, 하
진산 무협 단편집
이케부크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소년 계수기
뼈의 소리
Y와이
한니발 라이징
돈가스의 탄생
열세 번째 이야기
마술은 속삭인다
누군가
대답은 필요없어
취미는 독서
기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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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3-0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 요청 쪽지예요.
(다방에서 디제에게 넣는 신청곡 쪽지 같은 기분이)
그 목록 불러드릴게요.
우선 순위에 넣어 주세요.^^
돈가스의 탄생(저도 읽었거든요.)
취미는 독서(땡기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거든요.)
기자로 산다는 것, 진산 무협 단편집
(사서 읽을 거지만. 한솔로 님의 독후감 궁금.)

한솔로 2007-03-0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과연 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에도 몇 번 꼬집어주셨지만, 별 줄거리도 없고, 소개도 없이 뜬금없이 올리는 리뷰인 걸요ㅎ

물만두 2007-03-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권 저도 읽었네요^^ 기쁩니다~

한솔로 2007-03-0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와 미야베 미야키만 묶어도 대충 그렇게 되겠네요ㅎ

jedai2000 2007-03-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게 7개네요. ^^ 전 현재까지 24권 읽었습니다. ^^

한솔로 2007-03-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분발해야겠군요!ㅎ

2007-03-29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4일

전 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이와 한 잔 계획이 취소되어 전 회사 사람들하고만의 술자리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여튼 전 회사 사람들 둘과 나).

종로3가 삼해집 인근의 가게(요새 삼해집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저녁 타임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에서

2만원 짜리 보쌈에 서비스로 나오는 감자탕으로 소주와 청하.

굴을 먹지 않는 두 사람을 두고 혼자서 굴 폭식.

라커스 육포를 먹기 위해 온 두 사람을 위해 라커스에서 육포에 맥주.

 

26일

H선생과 매달 첫 금요일 정기적인 술자리를 가진다고 하여 전 담당자로서 그냥 낀 한 술자리.

삶은 꼬막과 석화에 막걸리를 마시다가 포도주로 바뀌면서 구운 야크 치즈.

H선생을 보내고 사막에서 맥주와 소주로 2차.

 

27일

점심에 남자 셋이 모여 하동관에서 소주 한 잔.

구리구리하게 남자 셋이서  디비디방에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고,

인사동 여자만에서 과메기를 안주로 막걸리 세 주전자. 이후 소주.

트랜스 지방에 땡긴다는 선배의 의견에 호응하여 둘둘치킨에서 마늘 반 후라이드 반에 맥주.

이후 라커스 옮겨 맥주를 마시다가 다음날 일본으로 떠나는 일본언니와 그 동거인도 함께 하여 맥주.

일행이 모두 떠나고 라커스 형과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들으며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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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7-02-0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진짜 술 엄청 드시네요. 간 조심하세요 ^^

한솔로 2007-02-0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머지 빈날에는 집에서 혼자 맥주 서너 캔은 그냥 너끈하게 비우고 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