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가미 유는 항상 감각 하나만큼은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거. 그래도 [고 웨스트]보단 낫지만.... 그러나.

 

달려야 할 때 전력질주하는 미덕을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 암튼 존나 좋음. 오오츠카 에이지가 말단으로 끼어들어간 자전적 내용의 [해피엔드]도 들어왔음 하지만(뭔가 인생이 재밌을 거 같은 느낌의 작가랄까) 그건 단행본 한권으로 끝이니 가망없음. 5권이나 기둘리는 수밖에.

 

 

5권이 예상했던 설정이라서 좀 늘어지는 느낌이었는데 6권서 다시 긴장 바짝 조임. 전반부에 나오는 인간말종선생의 궤변이 압권인데 그런 부분에서 져서 나이프를 휘두르니 안되는 거여.... [도박묵시록 카이지], [사채꾼 우시지마]와 더불어 한세트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양서로 추천해줄만 합니다. 단 아이에 따라서 정신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

 

이번에 애니화도 되고 작년엔 영화도 만들어졌고 뭐 여러 모로 미디어믹스가 진행중이지만 나온지는 2002년부터인 중고신인....이랄까. 작품의 컨셉은 키 컴플렉스에 대한 것과 사투리. 이 두가지 키워드 빼면 뭐 스토리는 평이한 순정만화에 악당이 한마리도 나오지 않는 맹자적 마인드의 작품. 뒷권으로 갈수록 소 도살장 끌려가듯 질질 끌고가는 느낌이라서 읽다가 그만뒀었음.

 

허탈. [워킹맨]은 이렇지 않았음 한다만, 사실 그 만환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약아빠진 형식이라.

 

교고쿠 나츠히코가 여기선 좀 무리했음. 멀리 떨어져있는 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를 보는 게 교고쿠도 이야기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인데, 이번엔 그 부분의 패턴이 질린다기 보다는 어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범죄를 저지른 소수란 어떻게 정의되야 하는가와 의도적인 은폐를 통해 알지 못했던 이들이 현실에 직면하고도 겪게되는 노곤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상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학살의 주체로서의 민족주의의 함의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측면에서 작가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또한 봐둬야 할 듯. 거대담론으로서의 반성의 부재라는 것은 19세기를 전후로 중앙집권적인 민족국가를 성립한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성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을 정말로 멸망시켜버리고 싶다면 촘스키부터 암살하는 게 좋을 듯.

당시의 일본군이 저지른 학살극에 대해선 일종의 집단적인 정신병리적 결과물이란 것이 결론인데 이 같은 결론은 그 잔인함의 무시무시한 정도와는 대비되게 부조리하다고밖엔 표현이 불가능한 실제적인 이유의 부재와 당시 내부에의 깊숙한 경험자의 증언이 현재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나마 당사자1은 입을 다물고 있고 당사자2는 증언하기 힘든 이들이거나 거의 당시에 죽어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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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재밌잖아.

 

 

 

 

1화를 거의 소라빵 얘기로 때워먹는 걸 본 다음 맘을 깨끗이 비우고 2, 3화까지 연달아 봐버렸는데.... 별 기대 안하니까 재밌네요. 뭐 아직 정식 싱글앨범이 안 나와서 의역 가깝게 된 거긴 한데 암튼 오프닝 가사까지 보면 차마 올리는 사람이 부끄러워질 정도의 코드들로 가득한 씹덕 애니지만 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이쁘장한 2D 애들이 나와서 재롱 떠는 애니 정도로 보임미다.

 

요즘 스트리밍쪽은 점점 규모의 경제가 되어가고 있군요. 동영상 보기 위해 굳이 다운 받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는 듯.

 

 

 

정화용

 

 

 

 

.....훼이크고 실은 이쪽이 진짜.

 

더크팬덤의 열량 측정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매드무비를 처음 접한 게 99년이었는데 그때로부터 어언 8년. 당시만 해도 노래와 영상의 불일치에서 나오는 개그 시너지를 노리는 정도가 최고수준이었는데 어느 샌가 토토샵 장난질이 끼어들어가더니만 이젠 가히 개노가다의 결정체와도 같은 이런 것도 튀어나오게 됐다. 시간낭비와 열정의 강도란 비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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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4-2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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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nin 2007-04-2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더러쿵쿵더러쿠
 

돌아가신 양반들과는 단 한 사람과도 일면식이 없지만 사고를 접하고 그 부조리함에 우울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고인들이 스틱스강을 무사히 건너길 빌며.

 

총기규제에 대한 건이야 절망적일 정도로 빈번히 언급됐지만 그럼에도 고쳐지질 않았으니, 이번에 이런 대형사고도 터졌겠다 찰턴 헤스턴이랑 별로 사이 안 좋은 민주당이 표밭을 먹어치우면 뜯어고쳐줬으면 싶은 마음이고.

망가진 이민 세대의 초상은 너무 명명백백하고 르포로도 여러 번 다뤄졌지만 정작 어떠한 사회적, 인식적 승화의 차원엔 못 이른 것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질적으론 꽤 무감각하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이게 진짜 문제인 거고.

아울러 같은 날 피디수첩에서 방송된 어학연수라는 간판 달고 가서는 씨뿌리고 오는 한국인 인간말종들 얘길 보면서 아 개새끼들 좆같다는 생각 들었고.

이후 사건의 여파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내가 흥미있게 본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다. 그것은 부끄러움과 사과라는 키워드다.

미국에서 이런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에게 무거운 짐을 올려놔주고 있는 듯 하다. 집안망신이라는 거지.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일전의 장갑차 사고 때와 같은 미국과 관련한 대응들과 결부시켜서 논리를 진행시킨 곳도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 미국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거라 이거다.

그런데 난 이 부끄러움의 논리에서 기이한 민족의식을 발견한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우리 민족이니까 라는 공동체적 정신세계에서 발현되는 이 부끄러움은 궁극적으로는 장갑차 사고 때 촛불집회를 지지했던 다수의 여론과도 일치되는 종류의 것이다. 삶의 대부분을 미국땅에서 보내야했던 조승희라는 개인의 사고를 단지 호적이 이쪽에 붙어있고 생긴 게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동체사회의 수치로 치환시켜주는 것은, 그리고 미국(이라는 가상의 공동체라고 하자)에서 이에 관해 따질 때 할 말이 없다는 자책은 지독할 정도로 절절한 민족의식의 발현이다(이미 '미국'이 이 일을 가지고 따져온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가 너무나 한국적인 견지에서 일반적인 동시에 전형적으로 비틀린 사고다). 즉슨, 같은 민족적 자각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을 미끼로 소위 남한땅내의 반미여론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출하는 이들 중 과거의 저 문제적 사건 때 그리 적극적으로 민족의식을 발산한 사람은 몇 없는 듯 싶다. 이 독특한 이중성은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그것을 표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여전히 유령처럼 머릿 속을 두둥실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를 살펴볼 때, 조승희 같은 괴물이 없었던 나라를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되려 그에게서 발견되는 모종의 집단적 특성이라면 다민족국가, 이민자국가로서의 미국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그가 어째서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는지-못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의 행위는 인간이 가졌던 범주의 것이다. 그러니 조승희라는 인간이 어째서 괴물이 되서 잔인한 부조리극을 연출해야 했는가는 그의 개인적 사정,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사건의 경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도피성 이민의 허상과 그런 프로세스가 구축될 수 밖에 없는 이 나라의 현실, 그리고 미국의 형편없는 총기규제법까지 아울러서 냉정하게 다뤄져야 할 바이다. 그외의 것은 그저 논점만 흐릴 뿐.

 

관련해서 이번 사건 만큼이나, 고작 이틀 사이에 엉터리 정보들이 미친듯이 웹과 오프라인을 떠돌아다닌 현상(북핵 사태 때도 이렇진 않았다)이 근래에 전무했다는 점에서 또한 이 사건에 대한 '민족적 불안감'의 남다른 표출로 읽어도 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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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4-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대국'에 대한 경외 정도면 될까요.
우리나라도 저렇게 강해져서 빨리 다른 나라들 무릎 꿇리고 싶다. 뭐 이런.

hallonin 2007-04-2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블로그에 올리신 포스트에서 미국사회와 융화되지 않는 한국인과 그를 바라보는 미국사회의 입장 부분은 탁견이었습니다. 뭐 궁극적으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되는 거야 민족주의의 근본성향인 거겠고... 아직은 그런 야심찬 영역까진 이르지 않은 채 감히 미국의 콧털을 건드린 종족상 한국인 때문에 알아서 후덜덜거리고 있는 거겠죠. 웃기는 게 미국에선 이 버지니아 조를 자국민으로 보고 있는 상태라서, 우리가 이렇게 후덜덜거리고 용서해달라고 울부짖으면 짖을수록 미국에 대한 내정간섭이 되버린다는 거. 암튼 김어준이 황사태 때 어이없게 커밍아웃해버린 것처럼 이번 사건에도 주체 못할 감정에 휩쓸려 얼결에 커밍아웃해버린 이들이 여럿 보이네요.

배가본드 2007-04-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들이 키운 국가의 노란싹은 지들이 해결하게 냅둬야죠 ㅋㅋ
조승희..솔직히 우리나라 검색어에 계속 상위권 링크되고 너나할거없이
그분의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을때는 정말 한심하더라구요 -_-ㅋㅋㅋ
 

http://yearzero.nin.com/

나인인치네일스의 이번 앨범은 (트렌트 레즈너 본인이 극구 거부하는 호칭이지만)그 어느 때보다도 '인더스트리얼'답다. 한창 흐름을 타다가도 의도적으로 꺾여버리는 보컬은 주도적으로 불협화음을 유도하며 노이즈로 그득한 소리들은 [with teeth]에서 시도됐던 발랄함으로 일단 방향을 걸쳐 놓은 다음, 그 도중에 억지로 비틀어버려서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기묘한 배신행위로서의 사운드. 구조적 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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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콘 근크리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황학동 거리는 유난히 황량해보였다. 이미 청계천 공사때 윗층 반절이 그 무언가에 의해 깎여져 나가 있었던 상아빛 건물들은 이젠 그 벽 곳곳에 붉은색 라카로 철거라는 글자가 자리를 남기기 아까운 것처럼 틈틈이, 길죽하게 그어져 있었다. '한놈만 걸려라. 여기다 쓰레기 버리면 죽여버리겠다', 라는 글자도 덤으로 있었다. 그것은 철거민의 것이었을까 철거자의 것이었을까. 황학동 초입구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는 셔터가 내려져 있거나 반쯤 부서져 있었고 그 초라한 건물들 뒤로 한때 공터였던 곳에는 롯데캐슬에서 만들고 있는 '명품주거공간' 롯데캐슬 베네치아의 웅장한 모습이 마치 제 앞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괴물처럼 위협적으로 건물들을 내리 깔고 있었다. 을씨년해 보이는 황학동 옛건물들은 그 괴물의 입 속에서 무력하게 박살날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싸구려 관우 동상, 황소 모양의 부조, 손때 묻은 워크맨들, 어렸을 적 가는 곳마다 볼 수 있었던 '설산 속의 예수' 그림, 미군부대 쓰레기장이나 군부대 폐품 재고 창고에서 빼내온 듯한 색바랜 군복들과 베낭, 찌그러진 반합들, 먼지 끼고 기스난 플라스틱 케이스의 폴라 압둘 카세트 테이프, 한껏 다리를 벌리고 있는 유치찬란한 표지의 포르노 CD들. 과연 누가 사갈지가 의심되는, 노래방에서 촬영한 것 같은 뽕짝 뮤직비디오를 틀어대고 있는 비디오테이프 판매상, 피곤에 지쳐 팔 속에 머리를 묻은 할머니 뒤로 늘어서 있는 가지각색의 딜도들, 권당 오백원씩에 파는 중고책더미와 그 뒤에 보다 비싼 값이 매겨져서 쌓여있는 복제 출판된 사전들. 그 모든 것이 약간씩 적어지긴 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기력이었다. 혼이 억지로 뽑혀나간 것 같은 분위기가 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번달 말까지 다 정리하래."
나에게 벅샷 르팡끄를 알게 해준 중고음반점 안은 사장인 노인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니코틴 안개가 뭉실뭉실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가게 안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주름살이 박힌 노인들이 자리를 떡하니 잡고선 자신들이 차지할 LP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이미 끝날 때를 알아챈 사냥꾼들이 훑고 지나간 듯, 빽빽하게 세워진 LP와 CD들 군데군데 뻥 뚫린 공간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되겠어? 얘기해봐."
사장은 면식이 있는 듯, 사이먼앤가펑클을 찾던 노인에게 지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영업권리니, 이득이니, 자산보장이니 하는 자신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LP사냥꾼인 노인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가게 안을 한차례 회빛으로 물들였다. 구석에 놓인 오래된 빨간색 TV 안에선 이승엽이 친 공이 펜스를 넘어가고 있었다.

 

스즈키 : 3번가에는 겐파치가 하는 스트립쇼 극장이 있습니다. 50년도 더 전부터 이 거리의 사내들이 거기서 어른이 됐죠. 꼭 애들 놀이터로 바꿀 필요는 없잖습니까.

두목 : 하지만 거기도 지금은 댄서 수가 손님보다 많다잖아. 안 그래 생쥐?

[철콘 근크리트] 2권 P61~62

 


짐작컨대, 그곳은 죄많은 거리였을 것이다. 오래 전 그곳에선 유진의 전혀 야하지 않은 초기 단편집을 5000원을 받고 뭣도 모르는 애들한테 팔아넘기던 상인도 있었을 것이고 [여명의 눈동자] 1화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키라라 카오리의 최신작이라고 속여 판 상인도 있었을 것이다. 동네 조폭들이 노점상들을 협박해서 자릿세를 받기도 했을 터이고 억대 재산을 가진 노점상이 생활보호대상자인 것처럼 속여서 동사무소에서 생활보조금을 타기도 했을 것이다. 자기들끼리 갈라진 패거리들도 있었을테고 술에 취하면 길거리에 오바이트를 쏟고 가판대를 부숴가면서 개처럼 싸우는 인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처리'는 거리가 짊어진 죄에 대한 합리적 이성의 승리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죄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그 지저분한 거리의 노스탤지어마저 지워버리긴 힘들다. 적어도 예전의 그 거리는 오늘처럼 죽어가는 곳이 아니었다. 노인, 장애인, 약장수, 야바위꾼, 사기꾼, 파키스탄 노동자, 러시아보따리상인들이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만들어진 골목에서 득시글거렸지만 언제나 내일을 향해 걸어갈 힘이 있는 활기가 느껴졌었다. 그러나 오늘 그 거리에선 숨이 턱에 차오른 명멸감만이 느껴졌다. 도살장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철콘근크리트]에서 쿠로는 내내 분노와 절망에 가득 차 있다. 그의 분노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계속 성이 난 채로 지옥의 거리를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타한다.
그는 청춘이자 과거이자 기억이다. 그리고 거리 그 자체다. 그는 뒤틀려가는 자신의 거리 때문에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이 살던 거리가 아닌 변해가는 거리.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오며 사람들은 더없이 착해지고(정부 기준) 더이상 지저분한 것이 없어진, 깔끔하고 계획적이며 이상적인 거리. 그 변해가는 거리에서 쿠로는 광기와 폭력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말마따나 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 그곳이 사라지고 롯데캐슬의 웅장한 콘크리트 장벽 속에서 인공 청계천을 바라보며 자랄 아이들은 또한 그들이 보는 것을 더 미래에 고색창연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그리고 거기엔 리모델링과 관련한 집값 조정에 연계되는 아파트 주민 측의 보이콧과 님비현상에 관한 신고전주의적 이야기가 더 어울리게 될 것이다). 나의 노스탤지어는 '지금' 부서져 가고 있다. 나는 이제 미군 전투식량이나 필리핀에서 수입된 머쉬멜로우, 중고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그 명백한 사실이 나를 조금 피곤하게 만든다. 아마 그곳에서 산 마지막 물건이 될 싱가폴제 흑맥주와 미군식량 속 밀빵과 치즈소스, 그리고 로리나 멕케닛이 약간의 위로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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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4-1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산보장을 전 지장보살로 읽었어요.ㅎㅎ
재밌습니다. 이 리뷰.^^

hallonin 2007-04-1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를 두 번씩이나 잃어버린 게 정말 안타까웠던 하루였죠.

다락방 2007-04-1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리뷰는 정말 근사한데요. 정신없이 빨려들어가서 읽었어요.

hallonin 2007-04-2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제 나쁜 버릇이라면 버릇인데 칭찬만 나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게 된다는 겁니다...-_-

다락방 2007-04-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익숙해지시도록,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도록 제가 열심히 칭찬할게요. :)

다락방 2007-04-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알라딘의 추천리뷰로 떴어요. 알고계세요? 흐흣

hallonin 2007-04-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천리뷰란 건 뭡니까?

다락방 2007-04-2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din.co.kr/blog/aladdintown/waladdintown.aspx?start=main

여기에 올라오는거예요. 그런데 목요일 열두시가 넘어서인지, 이젠 다른 리뷰로 바뀌었어요.

hallonin 2007-04-2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어쩐지 요 몇일 사람들이 많이 온다 싶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