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2326

어렸을 적, 어느 시대인가, 앨범의 발매연도를 보니 1993년, 난데없이 아랍풍 음악이 가요계에 몰아쳤던 적이 있었다. 청자에게 어디 구석을 살펴봐야 [아라비안 나이트]와 관련이 있는지의 화두를 던져주는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가요톱텐에서 1위를 하고 아랍풍 복장과 요상삥삐리한 멜로디만 따와선 아랍풍 음악이라고 주장하는 아류그룹이나 가수들이 슉슉 나오던 때였다. 내 기억이 정확하자면 기사까지 나왔던 걸로 안다. 내용이 대강 가요계에 아랍열풍이 온다 어쩌구 였는데.... 생각해보면 어떤 특정집단에서 기획한 일종의 작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걸 증명하는 것처럼 아랍붐은 별로 오래 가지 못했다. 김준선은 후속곡으로 낙타 털끝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 '마마보이'를 들고 나왔고, 소위 아랍스러운 것과 약간의 연관이라도 있는 것들 중 제대로 탑텐에 올라갔던 것은 본 게 없었다.

그렇게 묻힌 것들 중에 김태우의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었다.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전해주는 어딘지 모를 지긋지긋한 느낌을 경멸하고 있었던 나는 역시나 [아라비안 나이트]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청자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김태우의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맘에 들어했었다. 음악마저도 아랍풍과는 거리가 먼 어둠침침한 신스팝 계열의 흥겨움을 전해주던 이 노래는 김태우가 공일오비 객원보컬을 맡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도시인의 고독과 소외를 다루는 세태고발적 가사를 가지고 있었다(정석원과 정기송의 공동 프러듀스란 측면에서, 이 앨범이 짊어지게된 음악적 야심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을 듯 싶다). 그런데다 중간엔 아주 제대로 작정하고 집어넣은 기타솔로까지. 아직 건즈앤로지즈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나로선, 어지간한 신선함이었음이다. 그러나 우울한 가사와 음악은 이 노래를 제목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가 되게 만들었고, 이후 1집앨범 제목과 같은 이름의 밴드에 몸을 잠시 담았던 그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는 건 2000년이 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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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5-07-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턴트의 '잔인한 너'라는 노래 좋아해요.

sudan 2005-07-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잔인한 너,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군요. 나도 그런데.

hallonin 2005-07-23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뮤턴트와 김태우가 별 상관이 없는 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김준선이 나중에 컬트를 결성했다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_-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4010

테이프로는 덜덜거릴 때까지 들었던 이 앨범을 시디로 사기위해 별 희망을 걸지 않고 검색하면서 두 번 놀랐는데 하나는 2집도 품절된 마당에 1집이 아직도 품절되지 않은 상태(뭐, 그래놓고도 배송이 가능한지는 일단 기다려봐야겠지만)라는 것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벅스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1970년에 나온 걸로 되어있는 알라딘의 불량스러운 데이터베이스와는 달리 홍대씬이 언더그라운드를 흔들고 있을 즈음인 1997년에 나온 이 앨범은 당대의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기에 부끄러움이 없을 가수들과 트랙들을 포진시키고 있다. 황신혜밴드의 김형태가 주축이 되어 기획된 미술과 글과 음악을 아우르는 이 복합 컴필레이션 프로젝트는 무정형적이고 각자의 지향하는 바들이 너무 뚜렷해서 혼란스러웠기에 더욱 그들다웠고 동시에 그런 것이 그들을 묶어주는 아우라였음을 두개로 만들어진 '즉흥 퍼포먼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의 공기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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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도 없을 것 같았던 인터넷뱅킹을 신청하고, 친구한테 화이트데이 선물로 콘돔세트(2만원 상당)를 보냈던 것 빼고는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상업적 거래를 전혀 해보지 못한 내가 드디어 내 돈 내고 책을 구입해보려 나의 계정으로 들어갔을 때.... 뭔 적립금이 오만원씩이나 있는 게 아닌가-_-

2월 첫째주 마이리뷰

...가 그 적립금의 원인이랜다. 뭐냐.... 하고 봤더니, [꽃과꿀벌]이 후보군중 하나에 끼어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다 뭔가 숫자가 몇가지 더.... 마일리지? 하고 보니 무려 네명이 내 글에 땡스투를! 아하~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사시는지도 모르고 나이 및 스리사이즈 또한 모르지만.... 고마워요....

 

...뭐 암튼 잘됐다-_- 앞으론 열심히 마이리뷰를 써볼까 노력할렵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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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5512

옛날 옛날 어느 한 옛날,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지저분한 소년이었던 나는 해적출판사인 제삼미디어에서 나온 [바스타드] 2부 1권의 죽죽 그어진 비키니 먹칠 좀 어떻게 지워줄 수 없나 하고 짜증내면서 닥터 레게의 '어려워 정말'과 함께 대단히 수다스러운 노래 하나를 코러스까지 죄다 넣어가며 줄창 부르고 다니고 있었더랬다. 당대의 빈한한 숫컷들에 대한 비웃음을 담은 전형적인 세태풍자류 가사의 노래였던 그것은 제목마저도 너무 노골적으로 '후레쉬맨의 사랑'이었고 슬프게도 인기가 없었다. 그 노래의 가치를 아무도 몰라주다니! 난 화가 났지만 결국 나에게도 그 노랜 일종의 단절이었다. 그 시기 이후로 내 입에서 그 노랜 떠나버렸고, 그런 류의 노래는 이후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하게 입가에서 그때의 그 노래가 떠올랐다. 무슨 노래더라, 무슨 제목이었더라. 모든 걸 온전하게 재생하는덴 꽤 노력이 필요했다. 완전히 묻혀져 있던 노래, 심지어 난 그 노랠 입에 달고 다니던 시절에도 가수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삶 사람 사랑'. 참.... 그룹 이름부터가 아주 제대로 압박이 들어왔다. 공일오비의 객원 보컬인 정연욱이 메인인 이 그룹의 유일한 앨범에서 난 그 반가운 노래를 찾을 수 있었다. 좋았다. 여전히 시간이 흘렀지만 좋은 노래는 좋은 노래였다....

하지만 역시 옛날 앨범이란 느낌이 팍팍 든다고나 할까. 오래된 프러듀싱이 전해주는 절절한 가벼움이야 그렇다치더라도 그 계몽적인 가사들이 참.... 공일오비라든지 넥스트 초창기 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정연욱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포츠투데이와 스포츠조선의 단 두 신문에 실린 2000년에 발매된 그의 새앨범에 대한 기사에서 그가 재즈쪽으로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레쉬맨의 사랑'도 퓨전재즈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걸 상기하자면, 그리 이상할 건 없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진 얘기였다.

 

그건 그렇고 손잡는 것을 응큼하다고 표현하는 시대이니만큼, 오래되긴 오래된 탓인지 아니면 작사자의 정신세계가 조선시대인 건지.... 헐헐. 아니면 내가 문제인 건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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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252

짹짹거리는 황혜영의 보컬은 여전히 반갑다. 어떻게보면 우리나라 로리타 보이스 보컬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98년에 발매되어 소수에게 회자되고 묻혀버린 앨범. 홍대씬의 장래에 대한 의구심이 슬슬 들던 시기에 트렌드 지향의 가벼운 모던락을 추구했던 이들의 음악이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한 것은 각 트랙들이 보여줬던 상업적 퀄리티에 비추어 좀 억울한 면이 있다. 투투와 이들이 다른 점이 거의 10g 수준으로 더해진 무게감이라고 여길 때, 이 앨범의 좌절은 대중의 무지에 대한 과민스러운 공포로 연결되는 이후 메이저 음악산업 내의 통설-조금이라도 어려우면 안된다-을 증명시켜준 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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