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5512
옛날 옛날 어느 한 옛날,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지저분한 소년이었던 나는 해적출판사인 제삼미디어에서 나온 [바스타드] 2부 1권의 죽죽 그어진 비키니 먹칠 좀 어떻게 지워줄 수 없나 하고 짜증내면서 닥터 레게의 '어려워 정말'과 함께 대단히 수다스러운 노래 하나를 코러스까지 죄다 넣어가며 줄창 부르고 다니고 있었더랬다. 당대의 빈한한 숫컷들에 대한 비웃음을 담은 전형적인 세태풍자류 가사의 노래였던 그것은 제목마저도 너무 노골적으로 '후레쉬맨의 사랑'이었고 슬프게도 인기가 없었다. 그 노래의 가치를 아무도 몰라주다니! 난 화가 났지만 결국 나에게도 그 노랜 일종의 단절이었다. 그 시기 이후로 내 입에서 그 노랜 떠나버렸고, 그런 류의 노래는 이후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하게 입가에서 그때의 그 노래가 떠올랐다. 무슨 노래더라, 무슨 제목이었더라. 모든 걸 온전하게 재생하는덴 꽤 노력이 필요했다. 완전히 묻혀져 있던 노래, 심지어 난 그 노랠 입에 달고 다니던 시절에도 가수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삶 사람 사랑'. 참.... 그룹 이름부터가 아주 제대로 압박이 들어왔다. 공일오비의 객원 보컬인 정연욱이 메인인 이 그룹의 유일한 앨범에서 난 그 반가운 노래를 찾을 수 있었다. 좋았다. 여전히 시간이 흘렀지만 좋은 노래는 좋은 노래였다....
하지만 역시 옛날 앨범이란 느낌이 팍팍 든다고나 할까. 오래된 프러듀싱이 전해주는 절절한 가벼움이야 그렇다치더라도 그 계몽적인 가사들이 참.... 공일오비라든지 넥스트 초창기 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정연욱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포츠투데이와 스포츠조선의 단 두 신문에 실린 2000년에 발매된 그의 새앨범에 대한 기사에서 그가 재즈쪽으로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레쉬맨의 사랑'도 퓨전재즈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걸 상기하자면, 그리 이상할 건 없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진 얘기였다.
그건 그렇고 손잡는 것을 응큼하다고 표현하는 시대이니만큼, 오래되긴 오래된 탓인지 아니면 작사자의 정신세계가 조선시대인 건지.... 헐헐. 아니면 내가 문제인 건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