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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ㅣ 올 에이지 클래식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평점 :
사회자(아빠): 오늘은 케네스 그레이엄이 지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할머니께서 이가 많이 아프시기 때문에 할머니는 말씀을 많이 안하시고 주로 듣기만 하시겠답니다.
할머니: 이가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나의 전공이 미국 문학이기 때문에 영국 아동문학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요. 그러니 오늘은 우리 손녀들이 하는 얘기를 주로 듣고만 있겠어요.
사회자: 그럼 소홍이부터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이랄까 이런 걸 얘기해 볼까요.
소홍: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안경도 쓰고 음식도 먹고 하는게 재미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제일 재미있었던 게 두꺼비 이야기에요. 말썽꾸러기이고 사고뭉치이지만, 두꺼비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고 신났었고, 두꺼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책을 더 빨리 읽어나가게 된 것 같아요.
소은: 저도 두꺼비가 제일 재미있었는데요, 물쥐는 참 착한 것 같았어요. 두더쥐가 고집 부리다가 보트를 뒤집어 엎어도 화를 안내고, 또 두더쥐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니깐 피곤하고 추워도 두더쥐와 함께 다시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잖아요.
소려: 저는 두꺼비가 감옥에 갇혀서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두꺼비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정말 멋지게 감옥에서 도망쳐 나오데요. 근데 10장 소제목이 '계속되는 두더쥐의 모험'인데, 이거 '계속되는 두꺼비의 모험'이 맞지 않나요? 그 단락에서 두더쥐 얘기는 하나도 안나오고 다 두꺼비 얘기이던데요.
엄마: ㅎㅎ 소려가 잘 봤네요. 나도 '계속되는 두꺼비의 모험'이 맞는 것 같아요. 이건 책에 오타가 난 것 같아요.
소려: 오타가 뭐에요?
엄마: 응, 오는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타는 타자의 준말이에요. 그러니깐 잘못 글자를 찍었다는 얘기죠.
근데 어쨌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꽤 재미있는 책인 것 같아요. 어른의 입장에서는 동물들이 사람들과 공존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던가, 동물들이 동물들의 고기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등이 좀 묘하게 비춰지기는 했지만요.
소홍: 그런데 이 책의 동물들의 이야기에서는 뭔가 열심히 일을 하는 얘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일과에서 벗어나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여행하고 방랑하고 하는 것만 나오는 것 같고, 주로 그런 이야기들만 나오는 것 같아요.
소은: 두꺼비도 부모한테서 돈을 많이 물려받아서 항상 주머니에 돈이 있는 것으로 나오고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깐 세탁부나 기관사, 교도관, 뱃사공 같은 사람들은 이야기의 들러리이거나 한심한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자: 그건 이 책이 일을 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하루 일과가 열심히 노는 것인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씌여진 당시의 영국사회가 직접 일을 하는 것보다는 돈이 많은 부자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책도 완전히 놀고먹는 부자 이야기 였잖아요.
소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도 결국은 힘으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지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의 영국 사람들의 정신세계라는 것은 힘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해서 식민지를 만들고, 그 식민지에서 온갖 부를 이루는 것을 성공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을까요? 결국 그런 사고방식과 가치관들이 작품 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게 된 것이라고 보는데요.
엄마: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예민한 걸까요? 그냥 재미있었다. 동물들이 너무 귀엽다... 이렇게 읽어주면 안되는지...ㅎㅎ
사회자: 그런데 그렇게 심층적으로 들어간다면... 오히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두꺼비를 통해서 당시에 영국 사회를 주름잡던 부자들을 풍자하고 조롱한 것은 아닐까? 두꺼비가 어떤 행동을 보이죠? 처음에는 마차에 열광하다가 자동차를 본 후로는 자동차에 열광하죠. 그리고 더 비싸고 더 좋은 자동차를 위해서 돈을 낭비하고 그 자동차를 가지고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데, 이게 바로 물질적인 것에 대한 탐욕으로 몸부림치는 부자들을 비꼬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소려: 그러고 보니, 저는 사실 두꺼비를 보면서 삼성의 이건희를 떠올렸었거든요. 생긴 것도 비슷하고 재벌가에서 태어나서 엄청난 돈을 물려받아 다시 재벌이 되고, 또 세금을 안내기 위해서 법을 어겼으면서도 그런 잘못은 다 유야무야 넘거가는게 마치 두꺼비가 감옥에서 얼토당토 안하게 탈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네요.
소홍: 저는요,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5장의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들쥐들이 캐롤를 부르는게 나오는데요, 7장의 '새벽녘의 피리소리'에서는 목신의 이야기가 결국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저는 이게 서양사회에서 비기독교적인 내용은 철저히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목신이라는 것은 그리이스나 로마 문명으로부터 물려받은 옛날의 신비한 이야기인데, 이런 건 절대로 숨어 있어야만 되는 것이고 기억에 남아서 생활속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회자: 별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는데요, 이야기의 방향을 좀 돌려서, 책 속에 들어가 있는 삽화는 어땠나요?
소은: 두꺼비가 귀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진짜 소려가 얘기한 것처럼 이건희하고 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짐승들의 털이 자세히 그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소홍: 멧밭쥐와 들쥐들이 이삿짐을 꾸리는 그림이 나오는데요, 이 그림 가운데에 물쥐가 신사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어요. 그런데 물쥐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산가의 모습이고, 멧밭쥐와 들쥐들은 일꾼들의 모습이지요.
엄마: 나는 그 그림에서 뒤에 있는 나무그림을 인상 깊게 보았어요. 뒤에 있는 나무 세 그루가 서로 뭐라고 손짓까지 해가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아요. 본문에 딱히 다른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 나무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할머니: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쓴 책들은 많이 있지요. 특히 동화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건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서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들, 특히 움직이는 것들은 다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지, 그 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다르고, 동물들도 또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다르다는 것 등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친구로, 이야기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일 거에요. 그런데 어쩌면, 어른들도 이런 어린이들의 세계관을 다시 가졌으면 좋겠네요. 자연과 함께, 환경과 함께 더불어 살아나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죠.
사회자: 네, 그런 의미에서도 이렇게 동물을 의인화해서 쓴 동화작품을 어린 시절에 많이 읽어두는게 정말 필요하고도 좋을 것 같군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아이들이 맞는건지... 원... 어른들 뺨치게 비판적이고 예리해서...
소려: 아빠, 이 정도로 하고 오늘 독서토론은 끝내는게 어때요? 소홍언니가 아까 사온 쿠크다스 먹어야죠!
할머니: 그래, 이 정도로 하고 이제 그만 과자나 먹자.
소홍,소은,소려: 할머니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