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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 소박한 우리 간식 만들기
백오연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의 신세대 작가 마츠 토모히로는 자신의 최근작 <아빠 말 좀 들어라!>에서 "열심히 먹는 어린애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쪽까지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는데,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되는 구절일 것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그 페이지를 접어둘 정도로 가슴이 찡했다.
2012년 1월은 유난히 추웠고 우리집 세 아이들은 모두들 축농증과 감기로 한 달 내내 고생을 하였다. 그렇게 고생을 하던 것을 보상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어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5살 첫째 아이는 '남도음식'이라는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엄청 잘 먹어댔다. 김을 네 조각으로 잘라서 밥을 싸주고, 거기에다가 다시 삼치구이 살을 조금 올려서 주었는데, 꿀떡꿀떡 잘 받아먹는다.
오물오물 밥을 먹는 아이 시중을 들어주느라 나는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지만, 왜 나는 배고픔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을까?
입 속에 들어와 있는 솜사탕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것을 먹게 해줄까라는 고민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하기에 자식을 달달한 솜사탕으로 여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번에 '동녁라이프'에서 펴낸 <주전부리>라는 책을 아주 인상 깊게 보았다.
옛날 부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누룽지와 행주 조각 같은 정겨운 디자인의 표지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입속에 쏙쏙 넣어주고 싶은 갖가지 먹을거리들이 책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언뜻 무슨 대단한 조리기구와 재료와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런 긴장감은 사라졌다. 흰 가래떡만으로 떡구이를 만들 수 있었고, 홍시를 얼리기만 해도 근사한 샤벳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어디서 한과를 만드는 재료를 주문할 수 있는지와 어떻게 하면 2%만큼의 데코레이션을 덧붙일 수 있는지의 갖가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당장 우리 아이들의 입속에 소박하고 맛있는 주전부리들을 넣어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좀더 크면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아이들과 함께 요리수업을 해야할 것 같다.
요리는 그 자체로 훌륭한 통합교육이 된다. 밀가루의 그람수를 칭량하고 우유를 몇 미리리터를 따르고 하면서 수와 양의 개념을 익힐 수 있고,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재료를 썰면서 공간지각력과 섬세한 손가락 소근육 운동을 자극한다. 유용함과 위험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칼과 화기를 다루면서 삶의 지혜과 경계심을 배울 수 있고, 조리시간을 맞추면서 시간의 중요함을 깨우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마무리의 치장과 정성에 따라 그 맛과 분위기가 다름을 알 수도 있을 것이며, 함께 나누어 먹는 과정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꼭 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요리수업을 할 생각이지만, 그 이후에는 이 책에 소개된 우리네의 간식거리로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응원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식은 결국 사람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