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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누구나 한 때 잘나가지 않은 때가 어디 있으랴. 남보다 잘나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삶의 그래프를 보면 청년기때 가장 혈기왕성할 때지요. 하지만 봄이 오면 가을도 오는 법! 그토록 푸르던 나뭇잎들도 가을 바람을 못견디고 떨어지듯 우리 인생 또한 그와 다르지 않는데...
때는 바야흐로 화창한 봄날, 아주 튼튼해 보이는 수평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지요.
달리기도, 높이뛰기도 이 병아리를 따를 병아리가 없었대요.
곧 동네에서 제일 힘센 병아리가 되었죠.
우아! 점점 늠름하게 변하네요.
새벽마다 힘차게 꼬끼오~~하고 우는 수탉의 울음 소리가 온동네에 울려퍼졌죠.
힘자랑 대회가 열렸나요? 그런데 아무도 이 수탉을 이기지 못했대요.
동네에서 아니 세상에서 제일 힘센 닭이 된 거죠.
붉은 볏과 멋진 깃털을 보세요. 동네 암탉들이 졸졸 따르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세상에서 가장 힘센 우리의 수탉보다
더 힘이 센 수탉이 동네에 나타났대요. 어떡해~
그 뒤, 이 수탉은 동네에서 제일 술 잘 마시는 수탉이 되었고요.
이러면 안되는데... 주사도 있었나봐요.
젊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세고 멋있었는지 큰 소리로 떠들었다나요.
또 세월이 흘렀어요.
수탉은 자신이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지요.
울음 소리도 예전처럼 우렁차게 나오지 않았어요. 이도 안 좋은지 고기도 잘 씹히지 않았고, 술도 많이 마실 수가 없었지요.
수탉이 절망에 빠졌을 때, 아내가 위로를 해줍니다.
"여보, 힘내세요. 당신은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에요.
이리 좀 와 보세용."
힘자랑하는 모습이 과거의 수탉을 닮았네요.
바로 그 수탉의 아들이에요.
알을 낳고 있는 암탉들이죠.
바로 수탉부부의 딸들이에요.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들을 닮은 자식들, 손주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자신들의 과거보다는 못하다는 위로도 곁들이면서요.
멋진 아내네요.
우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풍악이 울릴 것도 같고, 고소한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혀요.
수탉의 환갑잔치에요.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모두 모여서 잔치를 열었지요.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수탉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꼬리 깃털을 활짝 폈지요.
여전히 늠름해 보이네요. 우리의 삶이 수탉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봐요.
제 아버지도 항상 청년같은 기상을 가졌지만 세월 앞에서 그 기세가 꺾이는 것을 느꼈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절망하지 않았어요. 오늘따라 아버지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