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과거-가까운 미래-현재의 틀로 짜여진 프리모
레비의 단편소설집. 독자들은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실제로 만났던 인물들과 독대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지우지 않을까. 이종교배의 문제의식, 피해자 위에 올라선 ‘상처입은 권위자‘, 공습 속에서 죽을 전달하러 달리는 한 이타주의자, 결국 무를 훔치는 도둑이 된 선한 아이. 인간의 나약함을 어찌할 것인가.




p.95
살아있는 어떤 사람을 하나의 인물로 변형시키는 행위는 글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글 쓰는 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존경받고 사랑받는 어떤 사람을 글 속에 담아내려 해도 은밀한 폭력을 피해 가지 못하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아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p.115
어쩌면 토마스 만의 말대로 인간은 혼란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혹여 피억압자들과 동일시된 모습이 번갈아가며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극단적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될 때 우리가 이르게 되는 혼란은 이루 말할 수없이 커지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그는 우리의 판단을 피해 간다. 마치 자성이 강한 극지방에서 나침판이 제 방향을 잃듯이.


p.241
생각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달아나고, 붙잡히도록 놔두지 않으며, 단어 형태로 종이에 고정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다르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결코 의혹이 없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는데, 그가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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