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치학의 영토들 - 현대문화론 강의
이진경 엮음 / 그린비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문화정치학의 영토들]은 [근대]와 [탈근대]라는 이념을, 현대문화를 특징짓는 일련의 현상들 안에서 살펴봄으로써, 근대의 삶과 현대의 삶을 조명한 현대문화 강의서다. 
이 책이 다루려고 하는 문화정치학은 이미 알만한 학자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 분야이고, 나름의 깃발을 꼽고 그들의 진지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우리의 재기 발랄하고 젊은 집필자들은 [근대]와 [탈근대]라는 이념을 설명함에 있어, 단지 현상만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복의 실현 가능성 그리고 긍정적인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듯 하다.

대체적으로 이 책의 주요 논쟁거리인 [근대]를 특징 짓는 어떤 이념들은, 그것이 자본주의적인 삶과 땔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지만, 인간을 神으로부터 빼돌리는데 일조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절대자로부터 도망친 인간이 완전한 해방을 누렸는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여하간 신으로부터 탈주한 인간들은 독립적인 영토를 구축하고, 그 땅에 새로운 씨앗을 뿌렸으니, 씨앗이 싹터 맺은 열매를 우리는 [이성性]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근대]의 시간은 이성이 지배하는 시간이며, 이성의 잣대로 가늠할 때, 비합리적인 것들을 합리적인 상태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존재했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심하고 주목할 점은 바로 [합리적인 상태]다. 말은 그럴싸 하지만 [합리성]을 강요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한 [합리성]인지, 마지막으로 [합리성]의 결과물이 어때했는지를 검증해 본다면, 의도도 투명하지 않으며 결과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사실을 간파 할 수 있다. 따라서 쉽고 간단하게 짚으면 [근대의 시간]은 그것이 주장했던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비합리적인 행태와 문제점을 적지 않게 표출하였다. 이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선언이 바로 [탈근대]다. 

근대는 이미 지나간 시절이라고 하지만,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 본다면 포스트모던이 지배적인 추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현대의 삶은 근대적인 삶의 형태와 사유로부터 벗어나 크게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주제 중 [현대 자본주의와 현대문화], [근대의 욕망과 신체], [근대의 이념적 경계들]은 우리의 신체와 감각이 서구적 지배이데올로기, 다시 말해 근대적 사유에 어떤 식으로 철저히 붙들려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현대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들을 무수히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운 현대 문화의 현상들은, 매우 그럴싸해 보이지만, 전혀 그럴 듯 하지 않으며, 또한 새로울 것도 없으며,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너무 쉽게 매몰된다. 물론 그렇게 살아간들 무슨 큰 일이 생기겠냐고 하겠지만, 현대의 문제점은 현대 문화의 병패가 단순히 외부적인 공격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이 자각할 수 없는 교묘한 장치들을 동원해 인간의 내연에 틈을 만들고,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스미스의 몸 안에서 그를 조각조각 찢어 놓듯이, 인간의 내부를 폭파시킨다는데 있다. 따라서 현대의 특징으로 불려지는 무수한 지점들, 자본주의로 포장된, 이제는 나열하는 것도 지겨운 현상들을 의심하고, 판단하고, 극복하지 않으면 神을 능가하는 절대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현대 문화의 괴기스러움을 극복하고 제시되어야 하는 새로운 삶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막연하다. 즉 서양적인 것을 극복하는 것이 동양적인 것인가,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공동체주의인가,라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나아가 내게 있어 가장 큰 숙제인, 인간은 그럴 수 있는가, 모두가 더 낳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의심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해 고민하고 검증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인간 스스로 무차별하게 소비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여기서 답을 얻고 방법을 찾아 현대 문화의 비정상적인 현상들을 균열낼 수만 있다면, 균열된 영토에서 새로운 시대의 유토피아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상상만 하는, 불평만 하는 나는 얼마나 또 근대적인 사람인가. 아! 포스트모던한 신체에 깃든 모던한 정신이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우 2009-12-17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정치학의 이데올로기'를 모자란 지식과 이해력을 동원하여 겨우 읽어냈던 적은 있지만 나로서는 생경한 '문화정치학'
굿바이님의 글은 내 이해에 훌륭하였습니다.

패러독스의 한마디가 일품이었습니다.
"아! 포스트모던한 신체에 깃든 모던한 정신이여!"
그런데 굿바이님, 내 생각에 신체는 일단 모던합니다.
포스트모던한 것은 바로 정신이지요.
그래야 파라독스.. 하하

굿바이 2009-12-1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포스트모던한 신체는....언제 저를 한 번 보시면 이해하시리라 사려되옵니다. 더는 괴로워서 드릴 말씀이....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