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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도슴치야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8
딕 킹스미스 지음, 김유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좀 딱딱하다. 개미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개미야, 안녕’과 같이 고슴도치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책 같다. 그런데 동화다. 그것도 저학년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하는 동화다. 고슴도치 맥스가 건널목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 아이들 눈에도 억지 스럽지 않고 그럴듯 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고슴도치 맥스는 참 호기심도 많고 용감하다. 아이들이 진정 용기있는 행동이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한 해에 외할머니, 조카 이모 할머니가 도로를 건너다가 연달아 목숨을 잃자 어른들은 걱정만 하고 있다 하지만 맥스는 사람들도 길을 건너다가 죽는지, 멀쩡하게 잘 건넌다면 무엇때문인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위태위태한 순간들을 겪으면서도 건널목을 찾아 나선다. 자전거에 부딪혀 언어장애를 겪기도 하고, 길을 잃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건널목을 찾으러 애쓴다. 그 결과 학교 앞 건널목을 발견하고 가족과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시험 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맥스의 노력으로 맥스가 살고 있던 마을 고슴도치들은 더 이상 길을 건너다 죽는 일이 없어진다.
“......고슴도치들은 그 뒤로 오래도록 안전하고 행복하게 길을 건넜단다!”
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아이들이 이랬다.
“맥스는 고슴도치들의 영웅이네요.”
“그래. 맥스 참 대단하네. 어른들도 못하는 일을 해 냈으니까, 그런데 그건 맥스가 영웅이라서가 아니라 용기가 있어서 이런 멋진 일도 해 낼 수 있었지.”
원래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다니던 길에 도로가 나고 그 도로를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 사람인 우리는 야생동물들의 안위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작년 한 해동안 우리 나라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의 수가 5737마리(82종)에 달했다고 한다. 무턱대고 도로를 건너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야생동물이 다닐만한 길에서 천천히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위와 같은 로드킬 문제와 관련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하기에도 좋다. 고슴도치가 길을 건너다가 죽을 뻔한 위기를 겪는 걸 보면서 아이들은 학교 오가는 길에 죽은 동물들을 본 사례를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고양이, 개, 쥐 등등. 동물들이 길을 건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것 같단다.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길을 건너는 동물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도로를 건너다가 다치거나 죽는 피해를 입는 동물들이 줄어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큰 표지판에 동물들도 다니는 길이니까 천천히 다니라고 써 놓으면 된단다. 그리고 한 아이는 빨간 파란 신호등에 사람이 아닌 동물 모양을 그려넣으면 될 거란다. 이 책은 다른 사물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자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