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할수록 은근한 맛이 우러나는 녹차 같은 영화-



‘괴물’을 보러 갔을 때 서면 CGV에서 일본 인디영화 페스티벌이 10-16일까지 열린다는 안내물을 봤다.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상연 시간이 대부분이 하루 한번, 그것도 야밤 11시 전후로 상영을 한다.영화 끝나고 집에 오면 새벽 1시가 넘는데 무슨 수로 혼자 보고 온담.


  동생을 꼬셨다. 그런데 인디 영화는 어렵고, 재미없고... 하여튼 죽어도 안 본단다. ‘나 같으면 누가 영화 공짜로 보여주면 신발 벗고 따라 나설텐데, 그럼 이 더운 날 에어콘 나오는 영화관에서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두어시간 자고 오면 안되겠냐 등등’ 갖은 꼬드김 끝에 성공.‘녹차의 맛’이라는 영화를 봤다. 자리가 텅텅 비었을 거라는 동생의 예측(인디 영화는 골수팬들이 많아서 미리 가서 표를 사야할 것이라는 내 말에 동생은'너 같이 생각 하는 사람은 더물 걸’이라고 해서 ‘내 취향이 별난 건가’이러면서 시간 맞춰 갔다)에 따라 상영 시간에 맞춰 갔더니 세상에! 인디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 많다. 자리가 5석 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다가 금욜일이라 심야 영화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도 너무 많다. 우리 차례까지 자리가 남아 있겠냐를 걱정해야 될 상황이었다. 겨우 표를 구해 영화 시작하고 10분이 지나서야 들어갔다. 남들 다 보고 있는 데 중간에 들어가서 서너 개 빈 의자 중 통로 쪽에서 제일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면서 보니 벚꽃이 만개한 시골 길을 검정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속으로 ‘야, 영상이 볼만 하겠다.’ 이랬는데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다소 황당하다. 내용은 각기 나름의 이루고 싶은 목표를 가진 한 가족 구성원들의 평범한 일상. 그 변함없는 듯 흘러가는 일상속에 표나지 않게 각자가 소망한 것에 다가서는 이야기.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리송했다. 그래서 '인디 영화가 이런 건가 보다’이러면서 돌아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영화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내 일상에서 이 영화가 문득문득 떠오른다는 것이다. 특히, 하루를 의미 없이 흘러 보냈을 때. 변함없는 듯이 아닌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도 따라 마냥 흘러가고 있을 때.

   아~이제야 알 것 같다. ‘녹차의 맛’을.

   ‘현재의 내 삶이 미래를 결정한다’(좀 거창한 것 같긴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내 소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조금씩조금씩 내 삶이 변해가고 결국은 내가 소망했던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녹차의 맛’은 첫 맛은 씁쓰레했지만 음미할수록 은근한 맛이 우러나 내 몸에 약이 되고 있다


  (영화사에서 제시한 줄거리)

‘가슴 따뜻한 산간 마을을 배경으로, 다소 엉뚱한 고민을 안고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 괴짜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하루노 가족은 도쿄 외곽의 조용하고 그림 같은 산골 마을에 산다.

시도 때도 없이 거대한 또 하나의 자신을 맞닥뜨리는 여섯 살 소녀 사치코, 첫사랑의 감정에 들떠 있는 사춘기 소년인 오빠 하지메, 오래 전에 그만둔 애니메이터 일을 다시 시작하고자 부엌 밥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엄마, 프로페셔널 최면술사이며 종종 가족을 상대로 최면을 거는 아버지, 자신이 마임을 하는 예술가라고 믿는 할아버지, 사랑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외삼촌 아야노. 이들의 평범한 듯 특별한 일상다반사가 오밀조밀 펼쳐진다. 영화는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는 아주 작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마치 왜곡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소소한 일들을 크게 확대하고 신비스런 색채를 덧입힌다. 하루노 가족의 구성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마법적인 색채를 부여하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삶의 표면 바로 밑에 숨어있는 엄청난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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