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진짜일까?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은 한 쪽 아이 말만 듣고 상대방 아이를 아주 몹쓸 아이로 만드는 경우를 가끔 본다. 어제도 그랬다.

  “ 선생님 진우가요... ....하다가 성현이를 때렸어요. 그래서 성현이 많이 울었어요”

  “진우가 왜 성현이를 때렸다는데?”

  “성현가 그러는데요 진우가 먼저 발로 찼대요. 그래서 짜증나서 한 대 퍽 대렸는데 진우가 성현이를 더 세게 때렸대요?”

  “진우가 왜 성현이를 찼는데?”

  “몰라요.”

  모둠 아이들이 모두 성현이 말만 듣고 나에게 고자질을 하고 있을 때 진우가 왔다.

  “진우야, 오늘 성현이랑 싸웠니?”

  “네”

  “왜 싸웠니?”

  “ 성현이가 먼저 주먹으로 때렸어요.”

  진우 이야기랑 성현이 이야기가 다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진우가 휴지를 발로 차다가 옆에 있던 성현이를 찼단다. 진우가 마안하다고 하는데 성현이가 주먹으로 진우를 한 대 쳤고, 진우는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때리니까 화가나서 때리고 그래서 서로 치고박고 싸우게 되었단다. 그런데 아이들은 못된 진우가 죄없는 성현이를 먼저 발로 차 놓고는 성현이가 한 대 때리자 더 세게 때려서 성현이를 울렸다고 알고 있었다.  이럴 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책을 읽는다.

  이 책은 늑대 입장에서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쁜 늑대가 아기 돼지 삼형제를 잡아 먹으려 했다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와 다르다. 아기 돼지 입장과 늑대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을 겪었는데 진우가 들려 주는 이야기와 성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르듯이.

  

   늑대는 할머니 생신을 맞아 케이크를 만들다가 설탕이 떨어졌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중 지푸라기로 집을 지은 첫째네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감기가 심하게 걸려 집 앞에서 그만 재채기가 나왔다. 재채기를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첫째 돼지가 지푸라기와 함께 날아갔다가 떨어져 죽어 있었다. 먹음직스런 햄(첫째 돼지)를 그냥 두고 오기 아까워서 먹고는 어쨌든 설탕은 얻어야 케이크를 만들 수 있으니까 나뭇가지로 집을 지은 둘째 돼지네 집으로 설탕으로 얻으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 앞에서 재채기가 나왔다. 재치기를 하고 눈을 떠 보니 나뭇가지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떨어져 죽은 둘째 돼지가 보였다. 음식을 밖에 그냥 놔 두면 썩을 거니까 배가 부르지만 먹어 치웠다. 이제 마지막 남은 셋째네 집에 설탕을 얻으러 갔다. 셋째 돼지는 벽돌집에 살고 있었다. 공손하게 아기 돼지를 불렀다. 그런데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늑대한테 욕설을 퍼붓더니 심지어 늑대 할머니까지 욕을 하자(자신을 욕하는 것을 참을 수 있지만 부모 욕하는 것은 사람도 못 참는다) 늑대는 화가 나서 문을 부수려고 난리를 쳤다. 하필 그 때 신문기자랑 경찰들이 달려 왔는데 늑대가 돼지 2마리를 먹어 치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문기자는 늑대가 설탕 한 컵을 얻어러 왔다가 여차저차 해서 아기 돼지 집 문을 부수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고 미리 짐작하고 아기 돼지 말만 듣고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만들었단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늑대에 대한 편견이 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원래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와 늑대가 들려 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짜 이야기 인 것 같냐고 물어보면 늑대 말도 맞는 것 같고 아기 돼지 삼형제 말도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이제까지 늑대를 나쁜 동물이라고 여기던 아이들이 늑대 입장에서 쓴 동화책 한 권을 읽고 자기가 믿고 있는 아기 돼지는 항상 착하고 늑대는 항상 나쁜 동물이라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늑대가 아기 돼지만 보면 잡아 먹는 나쁜 동물인 줄 알았는데 늑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늑대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니까.

  부엌에 가면 며느리가 하는 말이 맞고 시어머니 방에 가면 시어머니 가 하시는 말이 맞다는 옛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입장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다툼도 많고 입장 차이로 인해 멀쩡한 사람이 아주 몹쓸 사람을 낙인이 찍히는 경우를 더러 본다. 나는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고 한쪽 말만 들고 그 말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말만 듣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아직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권장되고 있는 그림동화지만 1,2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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