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를 읽고


    나는 김용택 시인이 쓴 ‘콩, 너는 죽었다’ 라는 동시집에 실린 시들을 좋아한다.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김용택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소리내어 읽어도,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어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구구셈


이이는 누렁이

칠칠은 뺑끼칠

팔팔은 곰배팔

구구는 닮모시

어느 새

구구셈을 다 외웠네


  이 시는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던 시다. 아이들이 이 시를 읽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데 지겨운 구구셈을 외고 있는 아이들 표정이 하나 같이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동시 쓰기도 싫어하고 읽기도 싫어하는 김채영이라는 3학년 아이는 어른들(동시인)이 쓴 동시는 재미없었는데 이 분이 쓴 시들은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마다 시인이 살고 있는 마을과 강, 들, 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래서 읽을 수록 그 속에 드러나지 않게 숨어 있던 가슴 찡한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혼자서 길을 내며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데

 들판 가득 하얗게 내리는데

 병태 혼자서 학교에 간다

 작은 머리에

 작은 어깨에

 가방 위에 눈이 가만가만 내리는데

 들판에 오는 눈을 혼자 다 맞으며

 눈사람 같이 병태는 혼자서 학교에 간다

 솜송이 같은 눈이

 산에

 강에

 들에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데

 병태는 혼자 길을 내며.


  이 시를 읽으면서 풍경을 그려보니 농촌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가슴이 찡하다. 또래 아이들은 다 도시로 떠나고 마을에 초등학생 이라고는 병태 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도 혼자가고 놀 때도 혼자 논다. 심심해서 강에 가서 기웃거리려보지만 강물은 무심히 흘러가고, 하늘을 쳐다봐도 새들은 저희들끼리 오락가락 즐겁게 놀고 있다.

  아이들에게 ‘혼자서 길을 내며’라는 시를 읽은 느낌을 물어봤다. 좀 쓸쓸하단다. 그리고 왜 친구들하고 같이 학교 안 가고 혼자 학교에 가느냐고 묻는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병태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침마다 시끌벅적한 길을 걸어 학교 가는데 펑펑 내리는 흰눈을 맞으며 혼자서 길을 내며 가고, 일요일에는 함께 놀 친구가 없어 강이랑 들을 기웃거리는 것이 이해가 되겠는가? 그러자 한 아이가 이랬다.

  “시골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밖에 없어. 아이들이 없으니까 얘 혼자 학교 가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도 이 시 한편을 통해 농촌 현실을 조금이나 느끼게 된다. 쉽게 읽히면서도 아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깨우쳐 주는 김용택 시인의 동시들이 참 좋다.

 

   아동문학창작론 책에 좋은 동시의 조건이 나와있다.

  첫째,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이미지가 선명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셋째, 상쾌하고 음악적 리듬이 있어 낭송하기 알맞고 외우기 좋다.

  넷째,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깨우쳐 주고 발견하게 해 준다

  다섯째, 어린이들의 생활과 경험이 일치하여 어린이들이 ‘아하, 그래 나도 그런 일이       있었어.’하고 공감하는 작품이다.  이 밖에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시...       라고 나와 있다. 


  ‘콩, 너는 죽었다.’에 실린 동시들은 좋은 동시가 갖추어야할 이러한 조건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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