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주기행(1) -
2년전 부산시 교육청에서 4,5,6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경시대회를 실시할 때 권장도서중에 ‘마지막 왕자’라는 책이 있었다. 여름방학동안 선정도서 6권을 읽고 9월달에 독서골든벨과 독서 감상문쓰기를 했다. 그 때 아이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의태자가 살았던, 마의태자의 혼이 서린 유적지를 제대로 돌아보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 때 계획했던 여행을 이제야 떠났다. 노천 박물관이라는 경주 남산은 서너번의 답사 를 다녀왔지만 시내권에 있는 경주 유적지는 제대로 답사를 한 적이 없다.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학생들 수업은 방학 때 보강해 주기로 하고 모처럼 계획했던 여행인데. 아침 일찍 나서야 목표했던 곳을 다 돌아보고 올 수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망설이고 있는 사이 시간이 9시를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비가 슬금슬금 그친다. 하늘은 여전히 시커먼 구름이 뒤덮고 있지만. 날씨가 너무 안 좋아 어머니께 다녀오겠다는 말도 못하고 얼물쩡거리고 있는데 내 맘을 아시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하신다. 그래서 경주로 출발한 시간이 10시. 가는 도중에 날이 조금씩 개이더니 경주 도착하니 햇살이 눈부시다.
먼저 오릉에 갔다. 오릉이 있는 공원 안에는 개성만점 소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숲 속에서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리고 능 주변에 잠자리 떼가 어지럽게 날고 있다. 다섯능을 싸고 있는 낮은 울타리를 한바퀴 빙돌아봤다. 앞에 있는 3개의 능은 크고 뒤에 있는 2개는 좀 작다. 능을 덮고 있는 연초록 잔디가 아기들 피부에 난 솜털처럼 보송보송해 보인다. 드러눕고 싶다. 그런데 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앞에서는 안 될 것 같다. 능 뒤로 돌아가 크게 솟아 있는 능으로 다가 손으로 잔디를 쓰다듬었다. 위로 올려다 보니 반달 같은 능선이 하늘과 어우러저 묘한 감동을 준다. 다섯 개의 능에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2대 남해왕과 3대 유리왕,5대 파사왕, 그리고 박혁거세왕의 왕후 알영왕비가 잠들어 계신다고 한다. 한 개의 능은 올록볼록 쌍봉분같이 생겨서 안내하시는 분께 내 생각을 말씀드리니 부부를 합장했다는 설도 있고 목관분이어서 가운데는 나무가 썩어 내려 앉아서 모양이 변형되었다는 말도 있단다. 박혁거세 왕의 무덤이 궁금해서 여쭤보니 무덤 하나하나의 주인은 알 수 없단다. 무덤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박혁거세 부인이 태어났다는 알영지에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