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별이 되어 뜬 동시
『너의 가슴에 별 하나 빠뜨렸네』읽고-
제목을 보니 이 책을 엮은 분들의 소망을 알겠다. 서문에 밝힌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 어떤 모습으로든 크고 작은 의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이 아이들과 어른의 가슴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남아주기를 희망한 것이다. 읽어보니 글쓴이의 바람대로 어둔 밤길에 가로등 불이 하나 둘 켜지듯 메마른 가슴에도 별이 하나둘 뜬다
이 책에 실린 동시들 하나하나가 제각각의 가치와 재미가 느껴진다
이정석 시인이 쓴 ‘어린이’를 읽어본다
-어린이-
바다로 나가려고
몸살하는
바구니에 담아 놓은 꽃게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쉼없이 세상을 기웃거린다. 바다로 나가고 싶어 몸살하는 바구니에 담긴 꽃게랑 꼭 닮았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수없이 꽃게를 잡아 바구니에 담았어도 그저 꽃게는 꽃게일 뿐이었는데, 창의적인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 이렇게 빗대어 표현될 수 있다니! 놀랍다. 바구니에 담긴 꽃게의 움직임을 보고 어린이의 본능을 이렇게 잘 표현한 시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이정환 시인이 쓴 ‘길도 잠잔단다’라는 시를 읽어보니 내 어릴적이 생각난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 마을에는 전기가 늦게 들어왔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밤낮없이 불빛이 번쩍이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래서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엄마가 가까운 도시로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늦어지면 호롱불을 들고 큰댁 번답 머리로 마중을 나갔다. 불빛이 보이는 마을을 연신 뒤돌아 보며 새까만 밤길을 동생 손을 잡고 걸어가면 두런두런 말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길도 사람도 보이질 않았다. 그 땐 어두운 길이 참 무서웠었다. 저녁이 되면 낮 동안 고단했을 길도 어둠에 안겨 잠을 자야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 살다가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이 닥처와 눈 앞이 캄캄해 질 때면 ‘지금은 내일을 시작하기 위해 잠을 자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 절망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동시 한 편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수많은 전등이 밤 길을 밝히고 있는 지금에도.
손동연 시인이 쓴 ‘소와 염소’라는 시도 참 재미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1연을 읽어주고 물었다.
“그러자 아기 염소가 뭐랬게?”
아이 하나가
“젊은 게 까불지마 수염도 안 났으면서”이렇게 말했단다.
손동연 시인이 염소의 입장에서 대답한 말을 읽어주니 아이들은 깔깔깔 웃는다 ‘소와 염소의 다툼이 정겹다.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을 읽기 전에 차례를 쭉 훑어보다 놀란 것이 있다. 윤동주와 박목월, 정지용 시인의 동시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쓴 동시를 읽어보니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넣을 것이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에 겨울이 되어 주먹 두 개를 넣었더니 갑북해졌다’는 생각이 참 맑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분들이 쓴 시를 읽어보면 맑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는데 이 책에 실린 동시를 읽어보니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겠다. 가슴 속에 동심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나는 기성 시인들이 쓴 시가 난해하다. 그런데 복잡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 동시를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내가 이 동시를 읽고 느낀 감동을 영상 문화에 익숙해져 순간적인 재미나 즐거움에 길들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