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날씨가 이상하다
아이들 표현을 빌자면 헷갈린다
어느 날은 바람이 살랑거리다가
어느 날은 바람이 귓볼을 후려치듯 불다가
어느 날은 눈이 우왕좌왕 내리다가.
그런데 올 봄 날씨와 딱 어울리는 시 한편을 발견했다
이 이상한 날씨를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봄이 오락가락 하는 계절
-조병화
우수절을 넘은 계절은
공연히 봄을 미리 당겨놓고
다시 오므렸다가, 다시 확 풀다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긴 겨울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이 무섭던 겨울 참아냈던가
참으로 이 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오는 봄이
그리 쉽사리 기운을 차리겠는가, 하는
혼자 생각에 멀리 창을 내다보는 곳에
버드나무 가지가지가 흔들려 있고
흔들리는 가지가지에
푸스레한 생기가 어리고 있다
아, 봄은 어김없이 머지 않아 쉬 오겠지만
이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지나가며, 다시 겨울이 오면
나는 이 몸으로 어찌 견디리
창 밖에선 맥이 없어진 눈이 좌왕우왕하며
내렸다간 금세 자취를 감추고
멀리 봄냄새 나는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