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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 ㅣ 난 책읽기가 좋아
마인데르트 드용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짐 맥뭘란 그림 / 비룡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개장에 갇혀 있는 개들 앞으로 빼빼 마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파란 눈을 땡그렇게 뜨고 지나가고 있다. 이 고양이가 모험을 하는 얘기 같다.
책장을 넘기면 제목 밑으로 전혀 용감할 것 같지 않은 약한 고양이 한 마리가 세상을 보고 있다. 이 고양이는 그냥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 헛간 맨 안쪽에 쌓아 놓은 개집 꼭대기에서 태어났다. 막내로 태어난 탓에 엄마 젖도 제대로 못 먹고 따뜻한 엄마 품이 어떤지도 모른채 자라다 우연히 늙은 개 집에 살게 되어 넉넉한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것이 어떤 것이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대는 헛간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을 보고 마냥 신기해 하다가 뜻하지 않게 모험을 하게 된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그제서야 자기가 살던 헛간을 찾아갔지만 묻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울다가, 그 곳을 나와 어느 댁 앞을 지나가다 닫힌 문 앞에서 울다가,남의 집 개 집에 들어갔다가 쫓겨 나기도 하고, 강아지 친구를 사궈 함께 지내려고 했지만 쫓겨 나기도 하고,싸움꾼 고양이의 먹이를 먹으려다 혼줄이 나기도 하면서 하룻밤을 지샌다.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고 결국 주인 아저씨를 만나 늙은 개와 상봉을 하게 된다. 늙은 개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 하던 고양이가 부모의 품보다 더 따뜻한 늙은 개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에릭슨은 어른이 되어 신뢰감과 불신감은 갖게 되는 것은 유아기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는 처음 만난 타인(늑은 개)으로부터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신뢰감을 형성했기 때문에 어떤 개를 보더라도 겁을 내지 않았다. 보통 고양이들 같으면 큰 개가 다가오면 도망가기 바빴을 텐데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가 도망가기는 커녕 슬금슬금 자신들에게 다가 오니 개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의아스러웠을까?
우물 밖 세상을 경험한 새끼 고양이는 이전의 겁 많은 고양이가 아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거쳐야 할 통과 의례 같은 것은 이미 겪었으므로.
시련을 겪고 난 뒤에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 이 이야기를 부모의 이혼으로 어디에도 마음을 붙히지 못해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한 번 권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