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이 일본 말이라니!'-
지하철을 타고 후배네를 가는 길, 내 옆에 고등학교 1,2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앉았다.
그 앞에 친구가 섰다.
한참 수다를 떨면서 가다가 내 옆에 앉은 아이가
“너희 집에 초대 좀 해라. 마실 좀 가게.”
라고 했다.
‘어! 얘가 마실이라는 말도 다 아네’이러며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데 그 말을 들은 서 있던 아이가
“마실? 마실이 뭔데?”
그랬다. 그러자 앉아있던 아이가
“우리 엄마가 어디 갔다 오길래 어디갔다 오냐고 물어 보니까 마실 갔다 온다고 하더라.가까운 동네 사람집에 다녀 오는 것을 마실이라 한대.“
이랬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제법이네’이러는데 서 있던 아이가 황당한 말을 한다
“나는 처음 들어본 말인데. 그 말 일본말 아니가?”
‘이건 또 뭔 소리고’ 이러고 쳐다보는데 ‘마실’간다는 말을 했던 아이가 이런다.
“일본 말인가?.... 나는 경상도 사투린줄 알았는데.”
......
‘마실’이 일본말이라니?
‘마실’은 경상도나 강원도 같은 곳에서 쓰는 ‘마을’을 지칭하는 사투리다.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집에 잠깐 다니러 갈 때 ‘마실간다’는 말을 쓴다. 그래서 경상도 시골 마을이 고향인 나는 ‘마실 간다’는 말은 참 흔하게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요즘은 지방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서울에 살고 있는 중산층 사람들이 쓰는 표준어를 구사하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지방 사투리를 잘 모른다. 그러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다간 지방 사투리가 무형 문화재로만 남을 날도 멀지 않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