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강 오른쪽에 있는 유적 보기

  희진씨가 태국으로 가기로 한 날이어서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 갔다. 7시까지 여행버스 예약한 곳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올 때 와 달리 우리도 오전 투어만 하고 (룰루오스 유적군 보는 것은 포기하고)태국으로 가기로 해서 서둘렀다.  7시 30분에 희진씨 보내고 우리는 서둘러 쁘라삿 끄라반을 갔다.

쁘라샷 끄라반- 왕의 명령으로 지으진 다른 사원들과는 달리 이 곳은 어느 귀족이 개인적으로 지은 사원이란다. 보통의 사원들은 가운데 성소탑이 있고 빙 둘러 4개의 탑이 있는데 이 곳은 특이하게도 가운데 성소탑이 있고 좌우로 2개씩 탑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이것이 이 사원의 전부다. 톰마논을 먼저 가지 않고 맨 마지막 코스를 먼저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공기도 상쾌하고 좋다. 이틀동안 정신없이 다녔던 것과는 달리 오늘은 조용하게 메모도 하면서 유적은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성소탑 맨 왼쪽 벽돌로 된 방벽 방 3면에는 여러 가지 부조가 새겨져 있다. 여신이 명상중인 신도들 사이에 서 있고 옆에서 도마뱀이 기어오르고 있는 그림도 있다. 둘러보고 나오려고 하니 하나둘 사람들이 나타난다

  반띠아이 끄대이 와 그 앞에 있는 쓰리쓰랑 .  이 곳은 탑문이 앙코르 돔 남문의 탑문과 비슷하다.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는 부처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사원이 너무 많이 허물어져서 그런가 인자하고 넉넉한 부처의 얼굴이 아니라 가만히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얼굴이다. 웬지 가슴이 짠하다. 탑문 안으로 들어가 돌아보니 탑문 밖으로 쓰리쓰랭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좌우로 수 많은 방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규모가 아주 큰 사원이었던 모양이다. 1960년 이 곳을 복원하려고 했을 때 원주민들이 수 많은 방들마다 염소를 키우고 있었단다.그래서 더 많이 허물어지지 않았나 싶다. 무희홀을 지나 탑문을 들어서서 내부를 둘러 보니 건물잔해에 아름다운 부조들이 많이 남아있다. 성소로 들어가다 말고 다시 뒤를 돌아보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주황색 사리를 걸친 스님 두 분이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들고 들어오고 계신다. 합장을 할 생각은 않고 사진부터 찍는다. 부처님을 모셔놓은 곳은 지나 서쪽 탑문으로 나갔다. 그런데 서쪽 탑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사방에 막대기를 바쳐 놓았는데도 위태롭다. 이 곳도 거대한 열대나무와 유적의 싸움에서 유적이 일방적으로 지고 있다. 아열대 나무들의 뿌리는 얼마나 거대한지 유적과의 공존을 꾀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유적을 내리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쪽 탑문 있는 곳에서 보니 성소탑 같이 생긴 탑들이 거의 허물어지긴 했지만 탑이 많다. 세어 보니 9개나 된다. 이 곳은 대체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내부 벽에 새겨진 부조를 보면 정성을 많이 들여 지은 것 같은데.

  스리스랭- 반띠아이 끄데이 앞에 있는 왕실 전용 수영장이었단다. 다른 저수들은 건기에 물이 말라도 이 곳은 건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단다.  

  따쁘롬-그 유명한 영화 툼 레이더를 이곳에서 쵤영했다고 해서 더 많이 알려진 그 곳.이 곳을 다녀온 여행자가 말하기를 ‘이 곳처럼 아름다운 폐허가 없다’고 했던가. 이 사원은 효성이 지극했던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브라흐마 신에게 헌납한 사당겸 사원이라고 한다. 수많은 건축물을 남긴 그가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이 이 건물이라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여 지었을까? 그런데 사원은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 심하게 훼손이 되었다. 그 훼손의 주범이 열대 나무들이고.

   열대 나무의 그 튼실한 뿌리가 여러 개로 갈라져 그 중 한개는 사원의 탑 가운데를 펀치를 날리듯 쫙 뻗어 뿌리를 내린 곳도 있고, 탑을 밀어 내듯 좌우로 꽉 쪼아 숨통을 조이고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건물이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열대나무의 생명력에 경외감이 일 정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나무들도 밉지 않고 허물어진 유적들도 흉물스럽지 않다. 담 위에 타고 앉은 거대한 뿌리와 그 밑에서 숨쉬기 조차 힘들 것 같은 담을 보고 있으니 내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긴 하지만.

  무희들의 홀을 지나 동쪽 탑문 쪽으로 가니 캄보디아 악기를 팔고 있다. 동생 사 줬으면 딱 좋겠다.우리 나라의 해금 비슷한 악기다. 뱀 가죽과 캄보디아에서 나는 무슨 나무로 만든 것이라는데 나무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니스를 칠해 억지로 윤을 내지도 않았고. 흥정을 해 보니 15달러에서 10달러까지 내려간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갈 일이 걱정이다. 바로 집에 가면 모를까 며칠을 가지고 다녀야 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안 샀다. 돌아서 나오는데 그 가격이 8달러까지 내려간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따께오-쉬바신에게 바쳐진 사원들이 그렇듯이 주변에 4개의 탑이 둘러 싸 있고 가운데 성소탑이 있는 힌두교 사원이다. 타프롬을 갔다가 승리의 문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따께오가 있다. 길가에 있어 뚝뚝이에서 내리면 몇 미터 거리에 이 사원이 그대로 보인다. 이 사원을 오르면서 보니 난관이 없다. 그래서 2층을 한바퀴 돌아보려면 심장의 벌렁거림을 다스리며 돌아야 한다. 그리고 단순한 디자인이 그다지 정성드려 지은 사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다가 올라가는 계단은 또 얼마나 가파른지, 다행히 다른 사원들과는 달리 신의 영역에 다가갈 수록 계단의 각도가 완만해 진다.

  참고 올라간 3층 성소,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아니 모셔놓았다기 보다는 그냥 덩그마니 놓아 두었다. 성소탑을 둘러보고 주변 탑들을 돌아보는데 어느 탑 앞에 서니 냉장고에 들어온 것처럼 시원하다. 서늘한 바람이 끈적거리던 물기를 다 데려간다.

  톰마논-성소탑 좌우로 건물이 길쭉하게 늘어져 늘어서 있는 작고 아담한 사원이다. 쁘라삿 끄라반은 붉은 라테라이트로 지어져 단순하게 줄 늘어서 있어도 참 예뻤다. 그런데 이사원은 비슷비슷한 수많은 사원은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사암으로 지어진 자그마한 사원이었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되는 것이 없다.

  유적지 관람을 다 끝내고 돌아올 때 지뢰 박물관을 들렀다. 나비 정원을 가려다가 아똑이 정확하게 위치를 잘 모르는 것 같고 지도상으로 보아 앙코르 유적지와도 꽤 떨어져 있어 글로벌 사장님과 약속한 시간까지 가기가 힘들 것 같아 가까운 앙코르유적지와 가까운 지뢰 박물관으로 갔다. 이 곳은 아똑도 잘 아는 곳이었다

  지뢰박물관-지도상으로 보니 앙코르왓 앞에 있더니만 앙코르왓을 나와 한참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려가니 지뢰박물관이 있었다. 일반 가정집 만한 규모의 건물 안에 캄보디아 곳곳에서 수거한 지뢰들을 쓰레기처럼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둘러보니 지뢰 모습도 가지가지, 크기도 가지가지다. 지뢰의 위험성을 알리는 포스터도 곳곳에 붙여 놓았다. (이곳에는 지뢰로 인해 다친 아이들이 공동 생활을 하는 곳인지 아니면 재활 훈련을 하는 곳인지 밥을 먹고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서양 아이 하나가 일행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데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보이는 것만 둘러보고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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