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코르 왓 과 프놈바켕을 보러 가다- 



  앙코르왓. 수르야바르만 2세가 비쉬누 신에게 봉헌한 사원이자 자신이 사후에 묻히기 위해 37년간이나 공을 들인 사원.이것이 이 사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의 전부였지만 참으로 궁금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라는 앙코르왓이.



  과연 듣던 대로다. 참으로 대단하다. 1층 갤러리 동서남북에 새겨놓은 부조는 수천 수백만권의 동화다. 그런데 문득 그 시대를 살던 하층 민들이 얼마나 삶이 고단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놀란 입은 다문다



  해자 테라스에서 저수지 가운데로 난 진입로를 따라 탑문까지 걸어가는 것도 한참이다. 뒤에 보이는 탑문과 성소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사람들도 구경하며 가니 재미있다. 단체로 관광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이 밀려 다니는 것 같다.



  탑문을 들어서니 빙 두른 담이 골목길 같이 길게 이어져 있다. 웬만큼의 거리면은 한 바퀴 돌아볼 엄두를 내 보겠는데 어림을 해 보니 엄두가 안 난다. 탑문 안으로 들어섰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탑문 안의 규모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탐문 입구에서부터 명예의 테라스를 지나 1층 갤러리까지 이어진 진입로가 방금 지나온 길 못지 않게 길게 늘어져 있다. 신전까지는 한참을 가야할 것 같다.



  진입로를 걸어 들어가는 길 양쪽에 있는 장서각 중 왼쪽은 수리중이라 바침목을 여기저기 세워 놓고 사람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장서각은 앞에 있는 털실공 같이 생긴 나무 한그루와 풀밭과 어우러져 참 예쁘다. 장서각 난간에 기대 서양 아이 하나가 한가롭게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부럽다.



  십자형 나가 테라스를 지나니 앙쪽이 연못, 그런데 물이 거의 말라서 없다. 오른쪽 연못 터에는 소가 풀을 뜯고 있고 왼쪽 연못에는 물이 제법 남아 연꽃이 많이 피어있다.



  명예의 테라스를 지나 1층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자료를 보니 서쪽에서 오른쪽으로 남쪽, 동쭉, 북쪽 순으로 돌며 부조를 보는 것이 순서라고 해서 자료를 보며, 단체 관광객 가이드의 설명도 흘려 들으며 돌았다. 서쪽 갤러리 오른쪽에 있는 1번 부조를 보는 데만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 시간이 넉넉하면 앙코르왓을 하루나 이틀 정도 잡고 와서 쉬엄쉬엄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료집을 보지 않고 나름대로 상상을 하면서도 보고. 자료집을 보며 견주어 봐도 재미있겠는데. 일단 1번,3번,4번,5번,11번 부조를 중심으로 봤다. 쿠륵세드라전투 장면,수르야바르만 2세의 승전도와 백성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 염라대왕의 심판 모습과 천국과 지옥의 모습,.....신들과 악마의 전투모습.. 랑카의 전투장면 등 수백권의 그림 동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이 갤러리에는 당시 크메르인들이 지키고 배워야할 덕목을 고스란히 새겨 놓은 그 당시 백성들의 사회규범 교과서 였다는데 글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에게 사회 규범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이것 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없었을 것 같다



  한 바퀴를 돌아 다서 서쪽 갤러리로 나와 중간단을 통해 2층 갤러리로 올라갔다. 힘들다. 다녀온 사람들이 왜 캄보디아를 갈려면 한 달 전부터 워밍업을 해야한다고 했는지 조금씩 알 것 갔다. 무너진 돌더미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2층 갤러리를 돌았다. 2층 갤러리 통로에는 좌불을 안치해 놓았는데 목이 붙어 있는 부처님이 거의 없다. 힌두교 관련 유적들도 파괴도 심하지만 불교 관련 유적들도 훼손이 심하게 되었다.



  3층 성소를 쳐다보니 까막득히 높은 곳에 있다. 3층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이를 데 없다. 70도라는데 아래에서 쳐다보니 거의 직각에 가깝다. 그런데다가 계단의 폭은  우리 나라 계단의 반 정도 밖에 안된다. 성소는 인간을 위해 지으진 건물이 아니라 신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곳을 겁도 없이 뻣뻣하게 서서 지그재그로 재미있게 올라가다가 반쯤 올라가서야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디뎌놓으려면 자신을 낮추고 올라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허리를 구부리고 올라갔다.그런데 희진시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거의 기어서 올라오고 있다.



  3층의 올라서니 참 시원하다. 속세 사람들의 번뇌가 씻게 나갈 것 갔다. 신들이 이 곳에서 인간세상을 굽어보면 사소한 것들에 목숨 걸고 아귀 다툼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창틀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창틀 밖으로 나와 난간에서 성소탑을 올려다 보고 있는 사람, 마당을 바라보며 앉아 쉬고 있는 사람, 3층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한가롭다. 희진씨와 나도 창문틀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앙코르왓은 힌두교 사원인데 성소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그것도 두 분이나.  앞에 계신 부처님은 누워 계시고 뒤에 모셔진 부처님은 서 계신다. 다른 사원과 2층 갤러리에서 뵌 부처님은 재색 사암으로 조각된 부처님이거나 금박이 입혀진 부처님이었는데 이 곳에 계신 부처님은 라테라이트는 아닌데 붉은 색 빛의 돌에 부처님을 새겼다. 돌이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하다. 합장을 하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앞에서 절을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이 성소를 들어가 누워 계신 부처님 등을 만지신다. 급한 김에 한국 말이 튕겨나온다.



  “어머, 아줌마, 뭐하세요? 빨리 나오세요?”



  다행이(?) 한국인은 아니다. 그런데 볼 일 다 보고 나온다. 누가 누워 계신 부처님 등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했나 보다



  성소를 내려오는 길, 희진씨는 다리가 ·후들거려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못내려 갈 것 같다고 해서 난간이 있는 남쪽 계단으로 가고, 나랑 은희씨는 다른 쪽 계단으로 훌렁훌렁 내려왔다.



  서쪽 문으로 나와 담을 돌아 탑문 쪽을 나가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탑문 안 왼쪽에 있는 연못을 지나왔다.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어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연못에 앙코르왓의 모습이 비친다. 참 아름답다. 파란 하늘과 연못에 핀 연꽃과 앙코르왓이 어우러져 표현할 수 없을 만틈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한참을 보고 있다가 입구로 나오는데 자꾸 뒤를 돌아봐 진다. 소중한 뭔가를 두고 온 것도 아닌데. 





    (해질 무렵의 앙코르 왓 풍경)



프놈바켕-



곳은 사방의 풍경이 어느 사원 보다 좋았던 곳이다.앙코르왓을 보고 프놈바켕에 일몰을 보러 올라갔다..아똑이 예정 시간 보다 늦게 나온 우리 보고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시간이 많이걸려서 잘못하면 일출 보기 힘들것같다고 하더니 정말 앙코르왓 성소 올라가는 것 보다 더 힘들고 가파르다. 앙코르왓에서 기운을 다 뺀 다리는 이제 후들거린다. 그런데 가파른 언덕을 올라오니 또 계단이 헉~  가파른 계단을 5층이나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이 사원은 9세기말 야소바르만 1세가 룰루오스를 버리고 수도를 이 곳 앙코르로 옮기면서 쉬바신에게 이 신전을 지어 바쳤단다. 앙코르지역에서 최초로 건설된 사원이라서 그런지 밖에서 보긴엔 단순해 보인다.그냥 크기가 다른 사각형을 몇 개 포개 논 것 같이, 단만 몇 겹 쌓아 올려 놓은 것 같이 보인다.그런데 자세하게 보니까 좀 특이한게 있다. 5단이나 쌓아서 성소탑을 지으놓은 것도 독특하지만 올라가는 코너 뿐만 아니라 가운데 계단과 코너 사이에 한줄로 늘어선 탑들이 더 있다. 그래서 다른 사원보다 탑이 많다.



  5단 가파른 돌계단을 올랐다. 아래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사방이 툭 트여 볼만하다.저 멀리 앙코르왓도 밀림 속에 미니어춰처럼 보이고, 우리가 캄보디아 온 첫날 보았던 톤레삽 호수도 여기서는 보인다.그런데 저 멀리 산도 보이네.복산과 꿀렌 산이란다. 캄보디아에서 산은 처음 본다.  야트막한 비탈길 계단산을  올라와 5단 계단을 올라왔으니 높게 올라오긴 왔나 보다.



  그런데 다들 톤레삽 호수쪽으로 떨어지는 해를 볼려고 앉아있다. 톤레삽에서 일몰을 제대로 못봤는데 잘됐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 바람을 쏘이며 앉아 있으니 시원하고 좋다. 쁘레아 룹에서 일몰을 볼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보다 이곳에 일몰 보러 온 사람들이 더 많다. 뿌레아 룹에서 일몰을 기다릴 때는 호젓한 기분까지 들었는데 여긴 앉을 자리가 없다. 갑자기 서양 남자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북 같이 생긴 캄보디아 악기를 둥둥친다.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그 남자에게로 쏠린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놀라 도망을 친다.연주 좀 하지. 음악(?)들으며 노을 보는 것도 괜찮은데.



  그런데 기다리던 일몰은 시시하다. 어두워 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오는데 오던 길은 너무 복잡해 몇 명의 서양인과 인솔자가 내려 가고 있는 길을 따라 내려 갔다.북쪽으로 내려 오는 계단은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다. 단이 허물어져 내려 가는 길을 막아 사람들이 별로 이 길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려 오는 계단 옆으로 사자들이 사열하듯 서 있다. 뒤에서 보니 사자들이 먼 산(복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프놈바켕의 일몰)



  내일은 희진씨가 태국으로 가는 날이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파티를 열기로 하고 앙코르 마트에서 맥주를 한 캔씩 샀다. 저녁을 먹고 5달러 달라는 것을 깎아 4달러에 발 맛사지를 받았다. 하품을 컥컥하며 맛사지를 하는 폼이 영 성의가 없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끊임없이 떠들던 은희씨도 코를 골며 자고 나도 비몽사몽간에 맛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돌아오니 희진씨가 잔다. 은희씨는 내가 샤워하고 나오는 사이 씼지도 않고 쓰러져 잔다. 씻고 자라고 은희씨를 깨웠건만 반응이 없다. 그래서 맥주도 한잔 못하고 희진씨를 그대로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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