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기(4)-앙코르 돔 밖 둘러보기-
앙코르 돔을 보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돔 밖 유적지 구경을 나섰다
쁘레아 칸-앙코르왓이 마주 보이는 도로에서 저수지를 끼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밀림 속을 한참 달리다 보니 쁘레아 칸이 나왔다. 쁘레아 칸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아버지를 기리며 지은 사원이란다. 용도는 불교사원이자 승려들의 학교 였는데 전쟁 중에는 왕궁으로도 쓰였단다. 쁘레아 칸 가는 길은 참 이쁘다. 뚝뚝이에서 내려 쁘레아 칸을 들어가는 길,어디선가 캄보디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숲 한켠에 서너 명의 사람이 앉아 캄보디아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 사원은 들어 가는 유해교반 다리가 인상적이다. 바수키(뱀)의 허리를 잡고 열심히 우유바다젓기를 하고 있는 신과 악마들의 행렬을 보면서 탑문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일반인들은 보통 서쪽 탑문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서쪽 탑문 앞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들은 목이 다 떨어져 나가고 없다. 자료에 소개된 대로 동쪽 문으로 들어오면서 보려고 사원 외곽을 빙 둘러 동쪽 탑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돌아가면서 보니. 담들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허물어져 있고, 허물어지고 있다. 국왕전용 출입구라는 동쪽 문으로 돌아오니 입구에 제법 넓은 테라스가 있다. 그런데 탑문 담을 괴물 같은 거목이 누르고 있다, 그것도 볼만 해서 관광객은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그런데 자연과 유물이 공존하려면 저 나무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를 생각해 보니 좀 난감해 진다
무희들의 홀(왕실 행사를 할 때 무희들이 춤을 추던 곳이라는데 남은 잔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압살라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을 지나 중앙성소쪽으로 나오면서 보니 중앙 성소가 가까워 질수록 문이 좁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사원이다. 성소을 지나 서쪽으로 나오려는데 복구 공사 중이라 막혀 있다. 남문으로 나가면서 보니 꼭대기가 참 예쁜 탑이 하나 보인다. 쌓아올린 바위에 크고 작은 두 개의 링고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다. 참 독특하고 이쁘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서 한-참을 나가 남문 밖으로 갔는데 나가는 길이 헷갈린다. 다시 중앙 성소쪽으로 와서 북쪽 문으로 향하는데 정말 길다.
니악뽀얀- 뚝뚝이에서 뻘건 향톳길을 제법 걸어들어가니 닉뽀얀이 나왔다.가는길에 기념품 파는 가게의 기념품을 구경도 하고 흥정도 하면서 가는데 재미있다. 닉뽀얀은 인공 연못 속에 뜬 수상 신전이란다. 자료를 보니 물 속에 뜬 한 송이 연꽃 같다는데 우기인데도 비가 안와서 그런지 주변에 풀이 돋아있다. 물이 말라서 걸어서 신전 안에 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발라하 밑에 물이 차 있다면 발라하가 막 육지에 다다른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는데 발라하가 육지에 덩거마니 얹혀있어 실감이 안난다. 그래서 상상만 하고 끝.
잠깐 신전을 돌아보고 연못 주위를 돌며 동서남북의 설치된 수도꼭지를 보러 갔다. 이 곳은 순례자들의 세레터 이기도 하다는데 동서남북에 인간의 두상,말,사자, 코끼리가 부조로 새겨져 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분들이 코끼리 코를 만지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코끼리 코를 만지며 사진을 찍었다
따솜-자야바자르만 7세가 참파족을 격퇴한 기념으로 처음으로 이 사원을 지어 아버지께 바쳤다는데 거의 방치된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입구는 막아 놓아 오른쪽으로 돌아들어 가니 어둡고 침침한 내부와 수리중이라 막대기를 받쳐놓은 입구가 보인다. 외벽을 둘러 보며 동쪽 탑문 입구로 나가니 이곳도 예외 없이 탑문 입구에 거목이 탑문을 위협하고 있다. 한 나무가 갈라져 뿌리를 내린 건지 여러 그루의 나무가 칭칭 감고 있는 건지 잘게 갈라진 수많은 뿌리들이 탑문을 에워싸고 있다. 아열대 지방의 나무들이라 그런가 뿌리가 아주 길다. 바로 앞에 있는 그다지 크지도 않은 나무도 뿌리를 사방으로 뻗치고 있는 데 그 길이가 나무 길이만큼 길어보인다. 따솜은 사원 본 건문과 탑문과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다. 사원에서 동쪽 탑문까지 제법 숲길을 걸어 간다. 나오면서 보니 아똑이 기념품을 팔고 있는 어떤 여자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자기 동생이란다. 허물어진 사원 벽을 구경하며 나오고 있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부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표정은 심술궂게 생겼지만 오른 손과 왼손의 포즈가 특이하고 몸매도 섹시하다.그리고 가짜문 양쪽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압살라 옆에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압살라도 눈에 띈다. 사원을 둘러보는데 정신을 팔면 수많은 부조들은 악세사리처럼 느껴지는데 여긴 사원 안을 자세하게 볼 수 없으니 자그맣고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따솜을 갔다가 동메본을 가는 길은 길 양쪽이 평야다. 어릴 적 모내기 할 때 모판에서 쪄낸 모를 모낼 논에 툭툭 던져 놓은 것 같이 논둑 혹은 논 가운데 뭉둑뭉뚝하게 생긴 나무들이 뿌리를 허옇게 드러낸채 군데군데 서 있다. 특이한 풍경이다. 농가들도 물 위에 원두막처럼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길 옆에 돌보는 이 없이 피어있는 들꽃들도 참 예쁘다. 우리 나라 꽃 같은 수수함은 없어도 화려하고 선명한 빛이 눈부시다.
동메본-한참을 달려 도착한 동메본, 아똑이 일몰 보려면 5시 30분가지 내려 오란다. 6시 30쯤에 일몰이 예상된다고.
(해질무렵의 동메본 입구 풍경)
주변이 커다란 저수지였다는 동메본. 라젠바르만 2세가 부모의 영광을 기리면서 동바라이 한 가운데 수상신전 동메본을 지어 쉬바신에게 바쳤단다. 저수지 였다는 사원 앞 탑문 밖에는(이곳이 배 닿는 선착장이었다는데 상상이 안된다) 아이들이 소를 먹이며 놀고 있었다. 동메본을 오르는 길 한 무리의 아이들이 “원 달러”를 외치며 따라 붙는다. 선착장 사방에 새겼다는 코끼리 상을 보고 사자상을 지나 성소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 보니 밀림 속에 이 사원이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겠다. 끝없는 밀림 속으로 드문드문 폐허가 된 유적이 보인다. 붉은 라테라이트로 지으진 이 건물도 석양 빛을 받으면 참으로 볼만하겠다. 잠시 ‘프놈바켕에서 일몰을 볼 게 아니라 여기서 볼까’갈등하다가 서둘러 내려 오는 데,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원 달러‘를 외치며 달라 붙는다. 서양 관광객들은 아이들이 놀아주기도 하고 동전을 바꿔 와서 나눠 주기도 한다.서둘러 내려와 쁘레룹으로 갔다
(동메본의 서양 여행자들)
쁘레 룹-입구에서 보니 지금까지 봤던 사원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출입계단 양 옆으로 탑이 각각 2개, 3개 서 있다. 오른쪽도 세 개였다는데 소실되었단다. 쁘레 룹은 장례 의식을 치루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체나 관을 놓았던 건 같던 돌로 만든 직사각형 구조물을 지나가게 된다. 저녁 무렵이라 웬지 오싹하다.
3층 성소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 보니 벌써 한국 사람들은 석양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서쪽 방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대구에서 왔다는 아가씨들은 계속 만나진다. 편안하게 앉아 수다를 떤다. 수다를 떨다 보니 주변이 어둑어둑 해 진다. 라테라이트로 지으진 붉은 탑들 위로 태양빛이 사그러질 때 순간순간 변하는 건축물의 표정이 한 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데 에고 수다가 웬수지. 그런데 구름에 가려 놀 빛이 보이질 않는다. 후레쉬도 없고 7시 30분까지 ‘바욘 2’식당에 압살라 공연을 보러 가야 돼서 서둘러 일어나 내려온다.
아똑에게 7시 30분가지 바욘 2 식당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복잡한 시내 도로에서도 이리저리 빠져나가 제 시간 안에 데려다 준다. 글로벌에서 예약을 하면 압살라 공연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안내 해 준다고 했는데 안내인이 한쪽 끝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앉자마자 음료수를 뭐 먹을 거냐고 해서 우리는 수박 주스며 자기 먹고 싶은 주스를 부담없이 시켰다.. 은희씨가 투덜거리다가 안내인에게 압살라 공연 잘 볼 수 있는 데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압살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코 앞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공연 보기는 아주 좋았는데 공연을 하는 동안 음식을 먹기가 조금 거북했다. 음식은 맛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워낙 많은 까닭에 입맛을 맞춘 건지 우리 나라 음식은 아닌데도 참 맛있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배불리 먹었다. 은희씨는 처음에 양껏 두 접시를 가져오더니 압살라 공연을 빼 놓지 않고 보면서 먹고 앉아있다. 희진씨랑 나는 왔다갔다 하면서 압살라 공연을 보고. 압살라 공연이 끝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골고루 맛을 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음료수 값 계산서를 내민다. 돈을 따로 내야 한단다. 10불 안에 포함 된 건줄 알았더니 음료수 값은 따로 내야 한단다. 터치 패이를 했는데 희진씨는 잔돈이 없어 큰돈을 줬더니 희진씨 돈에서 팁을 뗐다. 희진씨 왈 “왜 허락도 없이, 내 돈에서 팁을 떼냐고.”
내일 앙코르왓 볼려면 피로를 풀어야 할 것 같아 저녁을 먹고 감기는 눈을 치켜 뜨며 낮에 봐둔 맛사지 가게에 갔다. 3달러면 3,600원, 태국 보다 싸긴 한데 맹인이 지압을 하는데도 영 시원찮다. 돈이 아깝다..그래도 아쉬운대로 비몽사몽 헤매며 맛사지를 받고 2000리엘을 팁으로 주었다. 웬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맛사지를 받고 자서 그런가 세상 모르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