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일주일 정도 방학이라 긴 여행을 가지 않으면 서울 여행을 간다. 이번엔 개인적인 일이 있어 못갔더니 언니들이 방학 때 서울 한번 다녀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하필 잡은 날이 부산은 96년만에 이렇게 추운 날은 처음이라는 날이었고, 서울 또한 올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었다. 걸어서 종로 주변을 다니기로 했는데 큰 일이다 

10시에 서울역에 도착하니 드러난 머리와 얼굴에 와서 부딪히는 바람이 부산에서 느꼈던 것 보다 더 차다. 언니들의 농담 섞인 빈잔을 들으며 답사길에 나섰다. 먼저 간 곳은 덕수궁. 덕수궁 미술관에서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  

전시된 그림들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알베르티나미술관 컬렉션 들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까지 피카소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서양 미술가의 주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로록 마련되었다.그래서 프랑스 야수파 화가들과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풍성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20세기를 감성과 열정으로 열었던 사람들로 대상이 '어떻게 보이느냐'의 사실적인 문제에서 '어떻게 보느냐'의 주관적인 문제로 전환시켰던 화가들이라고 한다.  

 2시간여를 둘러 보는데 폴세잔, 샤갈, 로트렉, 자코메티 같은 낯익은 이름들보다 낯선 이름들이 더 많다. 자연이 작가들의 주관적인 감정에 의해 재창조 되었을 때의 낯선 모습 속에 그 화가의 내면 풍경을 읽을 수 있었다. 꽤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였다. 

   

  (부산에는 눈이 잘 안오는지라 며칠전에 내렸다는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는 풍경과 덕수궁 중화전 측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전시회를 보고 나와 늦은 점심을 먹고 경북궁 옆에 있는 고궁 박물관에 갔다. 가는 길에 본 풍경들.  


 지난해 부산박물관에서도 베트남 유물전시회가 있었다. 그 때 전시품들이 빈약해서 이번 전시에서는 응우엔 왕조(1802-1945)가 남긴 베트남 황실 유물의 진수를 보나 했었다.그런데 신문보도와는 달리 전시품이 몇 점 없다.  황태자 보좌, 청동 향로, 황태자 용포 신발, 그릇,베트남이 문화를 알 수 있는 제사지낼 때 썼던 것들 몇 가지. 중국 문화의 영향하에 있어서인지 황태자 보좌는 붉은 색 의자에 금칠을 용 장식이 중국 문화재를 보는 것 같았다. 청동향로는 볼만했다.

    

베트남 황실 유물전은 그닥 볼게 없었지만 조선시대 왕실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고궁 박물관 상설 전시관에는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우리 나라 왕실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의복, 국쇄,  궁중악기,가마,궁중을 꾸며주던 그림들, 그들이 썼든 그릇 등등. 오전 오후 두 세시간씩 관람을 하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고 아프다.  조선시대 궁궐 중 유일하게 아직 못 가본 창덕궁을 가려다가 관람 종료 시간이 다 돼서 안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가까운 곳에 있는 인사동에 들렀다. 서울 올 때마다 이곳을 일정에 넣어 들러곤 하는데 올 때마다 독특한 가게 풍경이며 개성있는 물건들이 눈길을 붙든다. 이번에 내 눈길을 붙들었던 것들 손으로 만든 개성있는 장신구들과 예술품 같은 가게 간판, 그리고 어느 보일러 회사의 깡통 로봇. 

 

마산 아구찜에 들러 해물찜을 먹고 경인 미술관 '문향'에 들러 진하게 달인 대추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흐르던 콧물도 멈추고 피로도 쫘악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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