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영혼에 단비를 내려 준 책

10루피로 산 행복
이해선 지음 / 바다출판사 / 2000년 11월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산문은 담백하다. 사진은 군더더기가 없어서, 문장은 간결하고 작가의 맑은 심성이 보여서 좋다.그래서 오랫동안 나를 붙든다.

사진을 통해 보는 라닥과 티벳은 척박하고 황량해 보인다.신도, 자연도, 인간도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는 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자연과 신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니 . 나도 라닥과 티벳에 가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나도 작가처럼 내 자신을 한껏 열고 그들의 삶속으로 걸어들어가 봤으면 좋겠다.

글 중간중간 짧게 인용한 다른 사람들의 글이 장면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창공은 단지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종교적인 체험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가 카일라스 산으로 가는 길에 며칠동안 흐려있던 하늘이 구름 한 점없이 개자 하루종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어느 인류학자가 했다는 이 구절을 인용했다.

나도 어느 해 여름 강원도로 여행을 갔을 때 하루종일 하늘만 올려다본 기억이 있다. 월정사 앞 뜰에서도 영월의 단종능 앞에서도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만 올려다 보다가 온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공감이 된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나는 여행기를 읽으면 그 지역이 어디쯤인지 지도를 찾아보며 읽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커다란 세계를 지도를 펼였보았었다. 작가가 여행했던 지역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게 책 앞이나 뒤에 지명을 적은 간단한 지도라도 실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무튼 가는 곳마다 좋은 인연을 만들며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가 한없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