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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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을 읽고 기억에 남는 책이 아니라 그림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책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어 독서토론을 해왔다. 그런데 문득 아이들 스스로 이 책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얼마전에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이 책을 읽어 보고 오도록 했다. 그림은 대충보고 글만 읽으면 5분이면 볼 수 있는 책 아닌가 역시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서 즐긴 아이는 없다. 다만 마당이 넓어서 개를 세 마리나 키울 수 있어서 부럽단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았다. 첫 장면부터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요즘 도시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시골 어디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들이 담벼락을 둘러 싸고 있고 만희가 유치원 갔다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개가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씩이나 대문틈으로 머리를 내밀며 반기고 있는 집. 좁은 연립주택에 살던 만희는 이곳에서 살게 되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을 까? 가만히 들여다 보던 아이들도 “만희는 좋겠다.” 이런다. 나는 그 소리가 학교 마치고 저녁무럽까지 학원을 돌다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의 탄식으로 들린다

만희네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대를 이어 사시고 계셨던 집이다. 그래서 증조할머니적부터 쓰던 가위를 지금도 쓰고 있다. 광에는 생활사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에는 썼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들도 많다. 뒤주랑 화로랑, 맷돌이랑, 떡살이랑... 찬찬히 살펴보던 아이들은 “와! 만희네 집에는 신기한 물건들도 많아요. 만희는 박물관에 안 가도 되겠어요.”이런다. 이 때부터 아이들은 좀 더 자세하게 볼려고 책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다. 집에서 볼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점점 느껴지나 보다

도시 아이들에게는 장독대도 낯설다. 그런데 이 댁 장독대는 쓰임도 많다. 김치나 고추장, 간장, 소금뿐만아니라 마른 나물이나 건어물,빈 자루를 모아 두는 항아리가 있다. 아이들에게 옛날에는 항아리에 김치를 담아 겨울동안 땅속에 묻어 두고 꺼내 먹었다고 했더니 “김치 냉장고가 있는 데 왜 땅속에 묻어요” 이런다. 항아리는 숨을 쉬기 때문에 음식 맛을 좋게 한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뒤곁에 가마솥도 있다. 우거지를 삶을 때나 메주를 쑬 대 이곳에 불을 지핀단다. 이 장면에서는 내가 한참을 들여다 본다. 어린 시절 모든 음식을 다 가마솥에 해 먹었는데. 심지어 부침개도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놓고 돼지 기름 발라가며 부쳐 먹었었는데.

친구들과 마루까지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고 있는 장면, 햇볕좋은 날 엄마가 이불을 내다 널때 물고기처럼 이불 속으로 헤엄쳐 다니는 장면, 앞뜰 화단 가득 피어있는 꽃들 옆으로 만희가 개들과 장난치며 놀고 있는 장면을 보는 아이들의 눈 속에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눈에도 부러움이 가득찬다. “만희는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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