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6월 5일 환경의 날, 학교마다 환경의 날 관련 글짓기가 있어서 아이들과 환경관련 동화책 한 권과 공기 오염이 심해지는 미래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해서 만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이야기 나누기를 한 적이 있다. 먹을 거리,쓰레기, 물, 공기, 에너지, 생태계로 나누어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우리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때 나와 아이들은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일회용품을 쓰지 말것과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사지 않을 것 특히,재활용 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재활용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물건들은 만들 때부터 ‘요람에서 요람으로’ 가 아닌 ‘요람에서 무덤으로’ 갈 물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이 ‘기술 생산과정에서 디자인을 자연에 조금도 해가 되지 않도록 변혁하자는 주장과 사례를 담은 책’이라고 해서 ‘환경 문제에 디자인을 잘하고 못하고가 무슨 큰 영향을 주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디자인보다는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생산단계에서 화학물질이 나온 다는 것은 생산단계 이전 디자인이 잘못된 결과인데 그것도 모르고)과 쓸만한 물건들을 아무 생각없이 버려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이것 또한 처음부터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는 물건을 디자인 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이 환경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디자인의 근본적인 결함으로 인해 비극과 재앙의 전조(前兆)가 되었다’라는 글을 읽을 때까지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산자나 소비자 단계 그 이전 물건이 만들어진기 전에 그 물건을 어떤 물질로 어떻게 만들것인지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사고가 지구 환경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덜 쓰고, 재활용하고, 재생해서 쓰고, 즉 3R(Reduce, Reuse, Recycle)을 강조해 왔다. 작가는 이것을 ‘덜 나쁜 것’ 즉,생태적 효율성(eco-efficiency)’이라고 말하고 이런 생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한다. 물론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하면 환경이 급속하게 파괴되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매립지에 산처럼 쌍인 폐기물들은 점점 더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폐기물의 양, 즉 쓰레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아니라 ‘요람에서 무덤으로.를 기본 개념으로 하는 디자인(지금 현재 디자인되어 생산 소비되고 있는 물건들-귀중한 재료로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들었지만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 게 디자인 한 제품들, 그 지역 특유의 문화. 자연. 에너지, 원자재 유통 경로등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디자인한 제품들, 화석연료의 사용, 인간과 생태계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한 제픔들)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물건들은 재활용이나 재생과정에서 발암물질이나 오염물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덜 쓰더라도 결국에는 쓰레기로 남을 물건들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하려면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영양물질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자연은 영양물질의 흐름과 물질대사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 시스템에는 쓰레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만든 물건들 만이 쓰레기가 되어 산처럼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소비자들 모두가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 인 것 같다.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환경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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