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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 글자벌레 시리즈 1
권윤덕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본 느낌은 이랬다. 아이들이 낙서하듯 그려놓은 이상한 그림하며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 글자들,제목은 '씹지 않고 꿀꺽 벌레는 정말 안씹어'라니. 아이구 어지러워라.첫장을 넘기니 UFO같은 비행 물체가 날아다니고 밑에는 버려진 것들로 아이들이 어설프게 만든 장난감 로봇같이 생긴 것이 뛰어 오고 있고.또 한 장을 넘기면 '씹지 않고 꿀꺽 벌레'와 그의 친한 친구'아낀다고 야금벌레'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 어지러운 글자와 그림이 나오고. 여기까지 본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 책을 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책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씹지않고꿀꺽벌레가 폭식을 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얼마나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는지 씹지않고꿀꺽벌레가 지나가면 회오리 바람같은 것이 인다.우선 이 책은 내가 이전에 봤던 책들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편집도 독특하고 두면에 걸쳐 가득 그려놓은 권윤덕씨의 그림과 아이에게 들려주듯 써 놓은 짧은 이야기도 신선하다.그리고 평소에 잘 쓰지 않은 맛을 나타내는 아름 다운 우리 말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한다. 아이들이 ‘시금털털’ ‘알짝지근’한 맛을 알고 싶어서 안달을 했으니까.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 책의 그림들을 봐도 봐도 지루한 줄 모르고 지꾸 본다. 그리고 글자 그림들의 조합에서 새로운 낱말을 자꾸자꾸 찾아내며 물어본다. 사전을 옆에 두고 아이랑 함께 낱말도 찾아보고 비숫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도 해 먹어 보고. 권윤덕 아줌마처럼 우리 집 책벌레도 그려보고, 여러 가지 글자구슬을 만들어 책 벌레에게 먹이도 주면서 이 책 한권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폭식하듯 이책 저책 마구 읽어대는 아이들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아낀다고 야금벌레가 글자 구슬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알게된 비밀을 씹지않고꿀꺽벌레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꼭꼭 씹으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