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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이야기 1 - 얀과 카와카마스
마치다준 지음, 김은진 외 옮김 / 동문선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얀 이야기 읽었어요?"
읽었다고 했더니 선생님은 얀과 카와카마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단다.
카와카마스가 얀을 만나면 늘 뭔가를 빌려 간다. 설탕이 모자란다.소금이 모자란다. 차를 끓이는 도구가 없다 아러면서. 얀은 그런 카와카마스에게 빌려 달라는 것들을 기꺼이 빌려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식량으로 준비한 마른 버섯 같을 손에 들려 보낸다. 아이의 말처럼 겉으로 보기엔 얀이 늘 카와카마스에게 베풀기만 하는 관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타인과 평화롭게 지내려면 얀처럼 댓가를 바라지 말고 누군가에게 기꺼이 베풀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우연히 야마다 에이미의 '그녀의 등식'에 나오는 구절들을 읽고 얀과 카와카마스의 관계를 이해했다. 더불어 늘 내가 일방적으로 챙겨주기만 해서 가끔 짜증스러웠던 나와 내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얀은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카와카마스에게 주지만 카와카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얀에게 주었던 것이다. 얀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 얀이 모르는 강 생활에 대한 정보도 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양팔 저울로 본다면 얀 쪽으로만 저울이 기우는 것이 아닌 관계인 것이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무방할 것 같은 책이지만 책 속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려면 청소년기에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나와 타인과 관계를 성찰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