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9일
각인 / 배한봉
이름부터 아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장수풍뎅이, 각시붕어, 닭의장풀꽃
사는 법 알면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다
아이는 한 송이 풀꽃을 보고
갈길 잊고 앉아 예쁘네 너무 예뻐, 연발한다
이름 몰라도 가슴은 사랑으로 가득 차
어루만지지도 못하고 눈빛만 빛내고 있다
사랑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임을
내게 가르쳐 주고 있다
헛것만 가득한 내게 봄을 열어주고 있다
깨닫느니, 느낌도 없이 이름부터 외우는 것은
아니다, 사랑 아니다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 닿는 사랑
놀람과 신비와 경이가 나를 막막하게 하는 사랑
아름다움에 빠져 온몸 아프고
너를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때
사랑은 웅숭깊어 지는 것이다
이름도 사랑 속에 또렷이 새겨지는 것이다
나무 이름을 10개 들으면 1개나 기억되었나.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듣고 보면 척 잘도 알더만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그 나무가 그 나무 같고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은지
도저히 머릿속에 각인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율 알았다.
'각인'이라는 시를 읽고.
나는 그 나무의 이름을 알려고 했을 뿐 그 나무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나무 공부할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해설을 맡은 후박 나무,
석류 나무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