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날 올레길 걷기

  올레 3코스는  22㎞나 된다. 다소 긴 거리지만 이 코스를 잡은 건 제주의 오래된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을 보며 걷는데다 제주의 고유한 멋을 느끼게 해준다는 오름, 바다 목장길까지 있어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 환경을 느끼기엔 더 없이 좋은 코스 같았기 때문이다.그런데다 이번 여행 일정에 넣었던 김영갑 갤러리가 올레길에 속해 있고, 비자림, 제주 민속촌 박물관까지 주변에 있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우린 17킬로 밖에 못 걸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침에 숙소 주변에 있는 오설록 차 밭에 들렀다 올레 3코스가 시작되는 온평 포구로 왔다. 22킬로를 걸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일행들은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아무튼 출발은 씩씩하게 했다.  

 
(온평포구 ) 



 온평 포구에서 해안길로 조금 가니 도대불이 있었다.  

 
(도대불 )

지금은 의미 없는 돌무덤 같이 되었지만 도대불은 서양식 등대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제주 어부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점등 기구였단다.

 온평 포구를 지나 난산리로 가는 길은 우리가 비행기에서 봤던 구불구불한 돌담을 두른 자그마한 밭들 천지다. 온통 귤밭과 무밭이다. 그리고 달래와 냉이, 유채 같은 봄나물이 길가에 지천이다. 봄 나물을 보고 그냥 갈쏘냐? 어제 우도 등대공원에서 캔 쑥으로 지은 밥도 기막힌 맛이었는데... 길가에 앉아 유채랑 달래를 캤다. 저녁에 찌개에도 넣어 먹고 쌈도 싸 먹으려고..   

 


 

 (갈림길에선 바닥에 파란 화살표가, 길가에는 노란색,보라색 띠를 한데 묶어 놓은 띠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올레길 옆에 무리 지어 핀 수선화 군락)


 
(오른쪽으로 통오름, 독자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중산간,멀리 보이는 저 봉오리가 독자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왼쪽에 통오름을 지나면 독자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그런데 난산리를 지나 통오름으로 가는 길에 갈림길이 나왔는데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이상하다. 방향을 보면 왼쪽 길 같고, 지도를 보니 오른쪽 같고. 그런데 내가 독자봉이라고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던 길이 아니다.

난산리에서 통오름쪽으로 오는 길 왼쪽에 오름으로 접어드는 사잇길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놓친 것 같았다. 리더보고 따라온 3명한테 억수로 미안했다. 그래서 일단 큰 길로 나와 표지판을 보고 방향을 잡기로 했다. 표지판을 보고 지도를 꺼내 놓고 방향을 잡고 있는데 지나가던 택시 기사분이 길을 알려 주었다. 통오름과 독자봉은 왼쪽을 끼고 얼떨결에 지나왔고 삼달리랑 김영갑 갤러리 가까운 곳까지 와 있었다. 길을 따라 삼달리 쪽으로 내려 오는데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걷기 힘들다는 일행이 생겨 2명은 일단 택시를 불러 온평 포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2명은 김영갑 갤러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중간한 도로라 택시 잡기도 힘들었다. 지나가는 봉고 버스 아저씨께 부탁을 했다. 아마 가는 방향이 달랐던 모양인데 고맙게도 김영갑 갤러까지 태워 주셨다.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김영갑 갤러리는 제주에 바친 한 사람의 열정이 느껴졌다.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노인과 해녀,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그 곳 사람들이 그의 사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당에 전시된 조각품들과 수선화, 매화, 돌담이 어우러져 빚어낸 풍경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조각품 포즈를 흉내내느라 희희낙락했다. 그런데 갤러리 내부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우리가 얼마나 경박스러운 행동을 했는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갤러리를 만들어 남기고 갔는지,어떤 삶을 살다갔는지.  그의 유해가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처연해졌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다시 올레길을 걸었다. 마당 잔디밭에 한켠에 앉아 점심도 먹고 휴식을 좀 취했더니  걷기 힘들다던 일행 2명이 바다 목장까지는 걸을 수 있겠단다. 바닷가 마을을 지나 신천 바다 목장길을 걸었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목장 길을 걷다가 흙길은 사라지고 우둘투둘한 화산암을 밟으며 해안가를 걸어갔다. 주변 나무들을 보니 육지를 향해 드러누워 있다. 갯강활 군락지도 보인다. 이 꽃이 피었을 때 오면 참 볼만하겠다. 바닷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알겠다.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다가 돌길이 끝나는 길에서 차를 두고 온 온평포구로 돌아가기 택시를 불렀다. 하천 배고픈 다리와 표선 백사장, 당케 포구는 남겨 두었다. 제주 민속촌 박물관에서 3시 30분에 있다는 채상굿 공연을 보기 위해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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