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아프가니스탄이 배경이라는 이 영화를 예고편을 보고 개봉 첫날 보러 갔다. 그런데 내용은 접어두고 겨울에 하얀 눈이 내리고 골목마다 아이들이 나와 연을 날리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무슨 까닭인지 아프가니스탄이 건조하고 더운 나라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촬영은 중국 서북부 지역에서 했다고 하지만)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을 향해 달려가는 군용지프와 무장한 탈레반 같은 것만 봐 온 터라  소련 침공 전 아프가니스탄의 활기차고 평화로운 풍경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아프가니스탄은 아시아와 동유럽의 경계에 있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옛소련연방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 나오는 두 꼬마 주인공 핫산과 아미르 중, 아미르는 서구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핫산은 동양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핫산은 아자라족, 아미르는 파슈툰 족이란다. 아자라족은 핫산처럼 대부분 하류층을 이루고 파슈툰 족은 아미르네처럼 상류층을 이루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작가 된 아미르가 아버지의 친구인 라힘 칸으로부터 파키스탄에 한번 다녀가라는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아미르의 표정이 좋지 않다. 라힘 칸이 파키스탄을 다녀가라는 것이 못 마땅해서가 아니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미르가 미국으로 오기 전 하인의 아들이자 자신의 단짝 친구였던 핫산과 함께 했던 어린시절이 펼쳐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아미르는 핫산과 함께 연을 날리고, 자신이 쓴 글을 핫산에게 들려주거나 소설책을 읽어주기도 하면서 단짝 친구로 지낸다. 아미르는 하인의 아들이지만 똑똑한 핫산이 자신이 쓴 이야기를 듣고 잘못된 곳을 짚어줄 때 시기심이 일기도 하지만 여전히 둘도 없는 친구였다. 

 

   어느 날 아미르는 핫산과 함께 나간 마을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승리의 징표인 떨어진 아미르의 연을 찾으러 간 핫산이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찾아 나섰다가 마을 불량배 아세프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세프가 핫산에게 아미르의 연을 달라고 하자 핫산이 끝까지 못주겠다고 버티다가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아미르는 못본척 외면한다.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총을 겨누며 자신을 지켜준 핫산인데 정작 핫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은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도망을 치게 되자 자신의 비겁함에 화가 난 아미르는 죄책감에 핫산을 자신의 집에서 내 보낼 궁리를 하게 된다. 죄책감이 증오로 변한 것이다. 아미르는 아버지가 죄 중에 가장 큰 죄라고 했던 도둑 누명을 핫산에게 씌워 자신의 집에서 내쫓는다.  

 

  그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아미르는 공산주의를 비판해 온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피신, 자신이 꿈꾸던 소설가로 성공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미르의 가슴 속에는 늘 핫산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 친구의 부름을 받고 파키스탄으로 간 아미르는 라힘 칸으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는다. 핫산이 어머니가 다른 자신의 형제라는 것, 라힘 칸의 부탁으로 아미르의 집을 지키던 핫산이 아미르의 집을 끝까지 지키려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래서 어린 아들만 혼자 남아 있다는 것, 부모가 없어 고아원 어디서 살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도둑질을 하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므로 가장 나쁜 짓이라고 했던 아버지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기막혀 하지만 라힘 칸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단다’라는 말 뜻을 반추하며 아프가니스탄으로 핫산의 아들을 구하러 떠난다. 그런데 하필 하산의 아들을 공산주의자 앞잡이 노릇을 하던 아세프가 노리개처럼 부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핫산의 아들을 데리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미국에 도착한  아미르는 핫산의 아들을 데리고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린다. 그런데 핫산의 아들은 연을 날릴 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일상적인 겨울철 놀이였던 연날리기도 소년 침공이후 사라졌던 것이다. 아미르의 도움으로 핫산의 아들이 연을 날리다가 다른 연과의 싸움 끝에 땅으로 떨어뜨린다. 그러자 아미르는 연을 주우러 가면 말한다.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찾아올게(For you, a thousand thimes over).”

  이 말은 핫산이 아미르의 떨어진 연을 주으러 갈 때마다 한 말이었다.   이로서 끊어졌던  연(緣)을 다시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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