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뜨 비아프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봤다. 집 가까운 인디 영화 상영관에 상영 시간을 알아보니 예술 영화 쪽에 가까워서 그런지 평일엔 오전에 한번 아주 늦은 저녁에 한번, 하루에 두 번 밖에 상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 오전은 내내 일이 있어 볼 수가 없었다. 이번주 중에 상영이 끝나면 어쩌나 조바심을 냈는데 마침 토요일 수업할 아이들이 기말고사에, 한자 시험에... 그래서 휴강을 하고  오전에 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화를 볼 때는 모르겠더니 영화가 끝났을 때 굴곡많은 에디뜨 삐아프의 삶이 애잔해서 눈물이 질끔질끔 나오는 바람에.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와 서커스단 곡예사였던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에띠뜨 삐아프. 그녀 또한 어머니처럼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루이스 레플리의 클럽 무대에 설 기회가 찾아온다. 그로 인해 가수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할 무렵 행운의 여신이 등을 돌린다. 에디뜨를 클럽 무대에 서게 해 준 레플리가 살해된 것이다. 레플리를 살해한 범인과  에디뜨 삐아프가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 이상 클럽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살인자라는 비난을 수없이 받으며 다시 거리에서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을 때 에띠뜨 삐아프의 재능을 눈여겨 본 시인 레이몽 아쏘가 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게 해 준다.

  레이몽 아쏘로 인해 명성도 얻고 돈도 벌지만 그녀는 철들면서 끼고 살았던 술병을 끝내 내려놓지 못했다. 슬픔이 그녀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늘 따라다녔다. 거리를 떠돌며 살 때 동거했던 남자와의 사이에 난 아이의 갑작스런 죽음,진정으로 사랑했던 권투챔피언 막셀의 돌연사, 고난을 함께 했던 친구의 의절. 수많은 사람 속에 휩싸여 살았지만 그녀는 늘 혼자였다. 그녀의 생을 알지 못했을 때도 진정이 느껴지는  그녀의 노래는 마음을 파고드는 뭔가가 있었지만 영화를 보며 들었던 귀에 익은 샹송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장미빛 인생’ 같은- 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그녀의 노래 속에는 외롭고 쓸쓸했던 그녀의 삶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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