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였지 아마? 어머니와 통도사 뒷산에 있는 암자들을 보러 갔을 때 극락암을 갔었다. 암자 지붕 뒤로 보이던 영취산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한참 동안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올 가을 문득 영취산의 가을이 보고 싶었다. 아니 영취산과 신불산 등선에 펼쳐진 억새밭을 보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가을 그 곳을 다녀온 이후 가을만 되면 그리운 풍경이므로.그래서 무작정 차를 몰고 통도사로 향했다. 통도사 입구를 지나 서운암을 오르는 길은 단풍이 절정이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그런데 서운암의 가을을 별로다. 볼게 없다. 

서운암을 반쯤 내려오면 왼쪽으로 사명암과 옥련암, 백련암을 올라가는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을 보고 왼쪽길을 올라 가니 오른쪽으로 사명암 오르는 길이 보인다. 숲이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둡다. 암자 앞에 차를 대고 둘러보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제법 아름다운 색깔로 물든 단풍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끌어 들어가보니 바깥에서 느꼈던 것과는 달리 그런대로 볼만하다. 특히 단풍 나무 옆에 있는 월명정 주변이 참 예쁘다.


월명정에는 오육십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 
" 젊을 때는 연세드신 어른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이 들어 보니 이제사 그 때 내가 답답해 했던 것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네요."
"나도 그래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 앞에 있으면 말이나 행동을 하기가 참조심스러워요. 그 사람들도 옛날의 나처럼 내 모습을 보면 답답할까봐서."
나도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때가 많은데 그래도 아직 멀었다. 가끔 어머니께서 하시는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으니. 나도 어머니 나이가 되었을 때서야 ‘그때 어머니가 이래서 그런 행동을 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을려나.’
사명암을 나와 옥련암과 백운암도 들렀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은 백운암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아쉽게도 카메라 밧데리가 다 돼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가을마다 그리울 것 같은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