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엄마'가 되어 보세요 (2007. 10. 29 조선일보)
(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
조기교육이란 두 살배기 아기를 일곱 살배기 아이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교육도 아니다. 조기교육은 아기의 몸을 성장시키기 위해 알맞은 영양분을 제공하듯, 아기의 두뇌발달을 위하여 늦지 않은 시기에 적절한 교육적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아 독서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춰 적절한 독서가 이루어질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1.자장이야기 시대(출생~첫돌)
두뇌의 힘을 깨워주세요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천재로 태어난다. 태어나서 첫돌까지 엄마가 할 일은 그 천재적인 두뇌의 잠재능력을 깨우는 일이다. 이 시기에는 엄마가 아기에게 말을 많이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의 두뇌를 깨우는 독서놀이에는 자장가 불러주기, 이야기 들려주기, 베드 타임 동화 들려주기, 옹알이에 답해주기, 동요나 동시 들려주기 등이 있다. 아기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지 말자. 아기들은 좌뇌보다 50배나 강력한 우뇌의 힘을 이용해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모두 두뇌 속에 저장해 둔다. 또 이 시기 아이들은 무엇이든 듣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책의 난이도는 상관이 없다. 엄마가 읽는 좋은 내용의 소설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어도 무방하다.
2. 마주이야기 시대(첫돌~만2세)
말의 힘을 키워주세요
태어날 때 똑같은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이 2년이 지난 다음에 언어능력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유대인들은 ‘수다쟁이 엄마가 천재를 만든다’는 속담을 만들어 냈다. 20세기의 언어심리학자들은 ‘두뇌는 언어적 자극을 통하여 발달한다’고 정의했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은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따라서 첫돌에서 만2세까지 아기들에게는 말의 힘을 키워주는 수다쟁이 엄마가 필요하다. 아기에게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엄마,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엄마,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말을 얼른 가르쳐 주는 엄마, 고급어휘로 말하는 엄마, 긴 문장으로 말해주는 엄마가 필요하다. 이때는 ‘사물 그림책’을 통해 어휘를 늘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사과가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사과’라는 말을 알려주고 “사과 어딨니?”하고 묻는 놀이를 한다. 또 아이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 그림책’을 이용해 바른 생활습관을 길러준다.
3. 그림이야기 시대(만2~4세)
생각의 힘을 키워주세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곤 한다. 기중기를 ‘코끼리 차’라고 하거나 초코 우유를 보고 ‘캄캄함 우유’라고 하기도 한다. 아빠 다리에 난 털을 보고 ‘다리카락’이라고 소리친다. 3세까지, 아이들의 뇌는 골고루 발달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사용하지 않는 뇌세포는 가지치기를 당해서 영원히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시기 암기나 문자공부를 시키든가 학습지 공부를 시키면 좌뇌가 일찍 발달하여 단기간에 단순한 공부는 소화할 수 있지만, 창의력 쪽의 시냅스들은 가지치기를 당하게 된다.
이 시기의 독서지도는 ‘그림책 독서’가 가장 좋다. 그림책 독서는 엄마가 아기에게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그림책을 읽는 방법이다. 아기들은 글자는 모르지만 만국 공통의 언어인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잘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종알종알 들려준다. 그럴 때 아기들의 상상력과 말하기 능력이 자라난다.
4. 옛날이야기 시대(만4~5세)
감성의 힘을 길러주세요
다섯 살이 되면 아이들의 마음은 의문으로 가득 찬다. 제일 큰 의문은 ‘나는 누구지?’라는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의문이다. 이때의 유아들은 “너는…”으로 시작되는 어른의 말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엄마나 아빠가 내리는 메시지는 무의식 중에 아기들의 잠재의식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된다. 특히 7세 미만의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를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인다.
이때의 독서지도는 전래동화가 좋다. 전래동화를 통해 줄거리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자연스레 ‘기-승-전-결’을 깨닫게 된다. 이 시기 이런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친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은 전래동화의 스토리 속에서 ‘가정의 질서’ ‘인과응보의 법칙’ ‘문제해결의 법칙’ ‘고진감래의 법칙’ 등 ‘인생의 법칙’을 배우게 된다.
5. 유치원 시대(만5~6세)
다중지능을 길러주세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6~7세 유아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배우기, 생각하기, 관계 맺기’이다. 배우기 위한 기술에는 어휘력, 이해력, 종합능력, 분석력, 집중력 등이 있다. 생각하기를 돕는 독서능력은 상상력, 추리력, 창의력, 논리력, 판단력, 문제 해결력이다.
‘관계 맺기 능력’은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기술이다. 취학 전 아이들이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는 일은 중요하다. 이 능력이 미숙한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관계 맺기를 도와주는 것으로는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사회질서 지키기, 나와 다른 사람 이해하기, 친구와 친하게 지내기 등이다.
이 시기 독서는 글씨가 아예 없는 그림책을 이용하면 좋다. 글씨가 없는 그림책은 아이가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완전히 꾸며내게 하는 책이다. ‘여행 이야기’(한림출판) 등 글씨 없는 그림책을 이용하면 이 시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길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