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곡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9번 합창 교향곡’ 탄생 뒤에 숨겨진 비밀을 그럴듯하게 상상해서 만들었다.

 

  말년의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불행하게 살다갔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그 와중에 어떻게 ‘합장 교항곡’과 같은 명곡을 작곡해서 남겼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제9번 합창 교향곡 초연 당시 베토벤이 감격한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우뢰 같은 박수쳤지만 그것을 듣지 못하자 무대에 있던 한 여성이 올라와 그를 관중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게 하여 응답을 하게 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합창 교향곡’이 탄생한 비밀을 상상한 것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영화를 볼 때도  그림 한 점을 보고 어떻게 이런 기막힌 상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떻게 짧은 일화 한 토막을 읽고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는지!

 

  베토벤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 연기가 탁월했다. 에드 해리스가 전생에 베토벤이었나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베토벤은 작곡가인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자신을 신과 동격으로 생각했다. 동굴에 신과 자신이 있다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곰 두 마리가 한 동굴 속에 있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그는 음악을 신의 언어라고 했다. 그러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신의 언어를 알아듣고 그것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신의 언어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게 아닌가! 베토벤이 이 말을 했을 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베토벤이 안나 홀츠에게 자신의 머릿속에는 소리로 가득차 있다고 했는데 신이 베토벤을 가장 신뢰한 건가. 베토벤이 자신의 언어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전해줄 것 같은 사람이므로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한 건가... 그러지 않고야 어떻게 ‘합창’과 같은 음악들을 만들었겠는가!‘ 이러면서. '

 

 그런데 신과 가까운 사람들은 대분분 참 불행한 삶을 살다간다. 베토벤 뿐만 아니라 고흐나 이상 같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 대부분이 그랬으니까. 사람들은 그들을, 그들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는 고독감을 평생 느끼며 살아야 했고, 현실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영역을 넘나드느라 궁핍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베토벤 곁에 정말 안나 홀츠 같은 여성이 있었다면? 베토벤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혼의 소리까지 감지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었으니.

 

 

  그런데 나는 베토벤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려 깊고, 지혜롭고, 똑똑하고, 예쁘고, 거기다가 헌신적이기 까지, 그러나 자존심을 잃지 않는 품위있는 여인이었던 홀츠가 베토벤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혼자 쓸쓸하게 늙어가고 있었으니.그렇다고 자신의 재능(그녀는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다)을 활짝 꽃 피운 것도 아니고. 물론 덕분에 몇 백년이 흐른 지금도 신의 언어를 듣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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