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연히 ‘라디오 스타’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정서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가 만든 ‘즐거운 인생’도 괜찮다. 아니 386세대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불놀이야’, ‘한동안 뜸했었지.’ 같은 록밴드 음악을 흥얼거리며 콘서트를 즐기듯 정말 재미있게 봤다.
직장에서 해직 당해 갈 곳이 없는 40대 가장 기영과 성욱, 뼈빠지게 일해 아이들 유학 보내놨더니 아이들과 함께 간 아내로부터 이혼하자는 날벼락을 맞는 기러기 아빠 혁수. 어릴 때 엄마는 가출하고 락밴드 ‘활화산’ 보컬이었던 아빠랑 둘이 살다가 그 아빠마저 돌아가셔서 혼자가 된 현준. 한마디로 삶이 갑갑하다. 그런데 갑작스런 현준 아빠의 죽음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빛난다고 했던가. 다시 록밴드 결성하고 잊고 살아왔던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이들도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그러나 무능한 가장, 자식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추구하는 이기적인 아빠라는 비난, 믿었던 가족들의 배신으로 인해 팀원들이 다시 절망에 빠지면서 팀이 해체될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활화산은 언제가는 터지기 마련. 막다른 골목에서 마그마를 분출한다. 록밴드 ‘활화산’ 이라는 이름을 단 콘서트가 처음으로 열리던 날 신들린듯 ‘즐거운 인생’을 부르며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를 칠 때 이들의 열굴에 환희가 넘쳐흘렀다.
40대에 무엇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포기 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