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시’를 읽다

 

겨울 달빛으로 시를 썼다
밤새가 운다고

추운 물소리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고

달이 자꾸 가고 있다고
언 손을 부비며

겨울 달빛으로 시를 썼다

달빛에 목이 마르면

꽝꽝 언 마당을 밟고

텃밭에 나가

어두운 무 구덩이 속에서

무를 꺼내다가 깎아 먹었다

바람 든 무를 베어 물 때마다

이가 시리고

흰 무에 빨간 피가 묻어 났다

어둡고 캄캄한 무 구덩이 속에서는

무순이 길어나고

긴 겨울밤

휘몰아쳐 오는 외로움과 적막,

그렇게 나도 어둠을 뚫고 빛을 찾았다

시가 내 빛이었다
시가 어둠 속에서 나를 찾는 흰 손이었다

김용택 시인이 긴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시’

나는 이렇게 절실한 뭔가는 없다. 다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즐거운 상상들을 동화로 풀어내면 어떨까 생각하는 정도다.

  마지막 구절 ‘시가 내 빛이었다 /시가 어둠 속에서 나를 찾는 흰 손이었다’라는  구절을 보니 '시'는 김용택 시인에게 있어 구원의 손길이었다.그런데 나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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