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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꺄디숑
세귀르 백작부인 지음, 원용옥 외 옮김 / 계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당나귀는 힘이 세서 옛날부터 물건을 운반하는데 주로 이용을 했다고 한다. 성격은 큰 덩치에 비해 소심하다고 하는데 당나귀 꺄디숑은?
성격이 하도 변화무쌍해서 한마디로 정의 할 수가 없다. 주인을 어떤 사람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니 당나귀라고 함부로 대했다간 큰 코 다친다. 지독한 주인을 만나면 처음엔 꾸역꾸역 시키는 일을 하다가 좀 지나치다 싶으면 주인을 냅다 걷어차고는 도망 가기도 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주인을 만나면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불길에 휩싸인 건물에서 뽈린느를 구해내기도 하고 친구였던 사냥개 메도르가 죽자 복수를 다짐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꺄디숑이 변한다.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을 골려 주는 재미가 만만찮았지만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사람들은 꺄디숑의 지나친 장난과 심술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고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꺄디숑은 둔하지 않았다.
‘아, 내가 착했더라면! 내가 독똑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신에 착한 마음씨와 부드러움, 그리고 인내심을 보였더라면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좋아할까! 나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그래서 개과천선을 시도한다.도둑을 잡기도 하고,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도 한다.
이솝우화를 읽고 잔꾀를 부리다가 오히려 자기가 당하는 어리석은 동물쯤으로 알고 있던 아이들은 이 엽기적인 당나귀를 보고 ‘개천에서 용났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재미도 주지만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당나귀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하는 행동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 할 때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하니 말이다. ‘내가 귀하게 대접받고 싶으면 상대방을 귀하게 대접하라’는 말이 당나귀의 행동 속에 담겨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