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해금강과 삼일포를 가다
4시 30분에 모닝콜을 해 다라고 했더니 깨운다. 세수만 하고 짐 다 챙겨서 아침밥 먹으로 내려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6시 넘어서 축복 서비스를 받으며 출발. 너무 많이 인원이 한꺼번에 출발하려니 시간이 계속 지체된다. 가는 길에 구부러진 길을 돌 때 앞 뒤를 보니 장관이다. 몇 십대 되는 차량 한꺼번에 라이트를 켜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어둠을 가르며 천천히 달리는 모습이 긴긴 기차 같다. 북한에 전지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다. 사람들이 '등잔불인가' 이러면서 간다. 더러는 문을 열고 나와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들판 군데군데 어둠 속에 군인들이 부동자세로 서있다. 쳐다만 봐도 춥다.
해금강에 도착하니 사물놀이 패들과 전통문화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 고사를 지내고 통일연대에서 무슨 행사를 계획한듯 한데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늦게 도착해서 행사는 생략하고 해뜨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앞에 낯익은 사람이 보인다. 배우 명계남이다. 그 주변사람들이 다 명계남과 함께 온 사람들인지 해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소원 통일’을 부른다.그 노래를 듣고 겁 없는 일행 언니 대뜸 한다는 소리 ‘아이구 이 노래 지겨워’ 괜히 뜨끔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안뜬다. 구름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들은 구름 속에서 해가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뒤로 돌아가 바다를 둘러봤다. 아름답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돌무너기를 던져 쌓은 듯한 바위,깎아 지른 듯한 절벽, 기괴한 모양의 암석이 층층이 포개진 모습, 휴지 조각하나 없는 깨끗한 해안.

관광차를 타러 올라오는 길에 고사떡을 얻어 먹고 삼일포로 향했다.
삼일포로 가는 길은 너른 평야를 지나간다. 고성평야란다. 여기는 강원도 고성 중에서도 북고성.평야 가운데 낮은 구릉이 군데군데 있다. 전라도 김제 평야였던가 그곳에서 본 풍경과 닮았다. 그런데 이곳에 참 대나무 군락이 제법 보인다. 우리 나라 남해안 지역에 있는 쭉쭉 벋은 초록 대나무와 달리 연두빛의 약하고 연한 대나무다.
삼일포. 이곳은 신라시대 신선 네분이 놀러 왔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3일간 머물다가 간 이후 삼일포라는 지명이 붙여졌단다. 가운데 있는 솔섬에는 송이버섯이 많이 난단다. 그리고 사선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작은 섬도 있다. 삼일포 주위는 크고 우람한 바위들이 많다. 연꽃잎 같이 생긴 바위 위에는 연화대가 김정숙 기념비가 있는 바위 주변에는 장군대가 있다. 장군대에서 북한 안내원의 노래도 청해 들었다. 안내원을 뽑을 때 노래를 잘하는 아가씨들을 뽑는 것인지 노래를 간들드러지게 잘한다. 장군 바위 위에서 본 삼일포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뒤에 보이는 호수 중간에 떠 있는 정자가 사선정)
외금강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른 계절에 한번 더 오고 싶다. 어머니 모시고. 그런데 부산서 오가는 길에 만만찮아서 엄두가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