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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평점 :
필요이상의 자원을 소비하는 일을 단순한 낭비로 취급하거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로 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사고임에 분명합니다.그것은 분명히 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선조로 부터 깨끗한 자연을 물려받지 못하게 될 후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TV뉴스에서는 지진으로 터전와 가족을 잃은 아프간난민들의 참혹한 모습이 여과없이 보도되더군요.1리터의 링거, 아니 1리터의 식수만 있어도 어쩌면 그들중 몇몇의 목숨을 살려낼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우리나라에서 일년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양이면 북한의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환경문제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고 물을 아끼는 일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에서 함께 사는 문제입니다.
새 운동화를 살때마다 인도네시아에서 시간당 500원의 저임금으로 희미한 조명아래서 접착제로 신발 바닥창을 붙이는 노동자를 떠올린다거나 커피를 마실때마다 컬럼비아의 파괴된 산악지대를 걱정해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탈때마다 배기가스가 일으키는 환경영향을 계산하는 일은 분명히 꽤나 피곤한 일일겁니다. 어쩌면 편집증이라고 눈총주는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겠군요.하지만, 몇년후 물부족 국가될 것을 경고받고 있고, 가끔 출근길마다 손으로 입을 막아야 할정도로 심한 공기오염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의 환경운동에 대한 인식은 저 자신을 포함해 너무나 안이했던게 사실입니다. 환경운동이란 북유럽의 그린피스 회원들이나 하는 돌고래 살리기 운동정도로 인식했던것도 사실이구요.돌고래의 생존에 관한게 아니라 인간의 생존 문제였는데 말이죠.
물론, 구보씨처럼 녹색시민으로 불리울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양치질하며 물을 틀어놓거나 흐르는 물에 설겆이를 하거나, 필요이상 많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 일 정도는 저도 할수 있겠죠.캔콜라대신 병콜라를 커피대신 녹차를 마시는 정도로 환경운동을 실천한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제 소비방식에 대한 문제성은 인식했으니 가능성은 있는 거겠죠?
그런데, 번역자의 아이디어인지 기획자의 아이디어인지, 구보씨란 가상의 한국인과, 그를 둘러싼 일상이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옮겨졌네요. 외국인이 쓴 책이란 사실을 잊을 정도로요. 오래만에 보는 성의있는 역서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