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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벼운 우화로 읽고 흘려 넘길 수도 있는 짧은 글입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외롭고 고독해 보이며 근원적 고민을 지니고 있는 피터 벡셀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내 발목을 쉽게 놓질 않는군요.
그들의 고민거리라는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미 인정하고 확인한 사실이라는데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믿는 일을 부정한다는 일,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의 원칙을 깨는 일이고 결국 주인공들은 모두 세상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맙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거나, 왜 책상을 책상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거나,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하는 이런 일들은 어쩜 누군가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상이나 망상으로 끝나지만, 피터 벡셀의 주인공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고, 생각이 생각을 낳고, 의문은 의문을 낳아 결국 미궁으로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가끔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독서를 좋아하는 홈리스아저씨나 더운 여름에도 잔뜩 옷을 껴입고 다니던 어느 거지 역시 자신만의 고민속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선 적당한 타협이 필요한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