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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 도발적인 제목앞에서 조금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3인칭 복수. 귀화한 한국인이라더니, 그래 넌 한국인이 아니란거냐? 제가 '당신들의' 란 소유대명사에 거부감을 먼저 느낀 건 3인칭 복수의 대한민국이 갖는 이미지가 네가티브에 가깝단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래, 나도 내나라가 어떤 나란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그래 어디 한번 씹어보렴.
다분히 삐딱한 심정으로 읽기 시작한 이책을 다 덮으며, 내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바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부끄럼움, 눈앞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또는 모른 체했던것들에 대한 부끄러움, 또 벽안의 젊은이보다도 내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지했던 점에 대한 부끄럼움…부끄러움 투성입니다.
불과 3개월을 학생으로서, 3년을 선생으로서 우리나라에 머물렀다는 벽안의 청년이 이정도 깊이로 한국에 대해 속속들이 꿰뚫고 비판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틀에 박힌 듯 입에 발린 외국인들의 표피적인 감상에나 흐믓해 하던 우리지만 이젠 따갑지만 진심어린 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겁니다. 삐딱하게 듣고 흘려버리기엔 그의 지적은 정치적으로 옳을뿐더러, 논리적이고, 치밀하며, 부정하기엔 너무나 많은 증거들이 빼곡이 제시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 부당한 일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할겁니다. 한집단이 다른 집단을 향해 가한 폭력은 가해 당사자가 아니라해서 면책이 성립되는 건 아니니까요.